▲사진하는 사람 임종진.
이희훈
사진가 임종진은 사진을 이러한 사람 사는 세상의 연망에서 소통하는 도구로 활용하는 사람이다. 그가 사진을 하는 것은 사람들과 삶을 함께 느끼고 울림을 서로 나누기 위해서다. 그래서 그는 스스로를 사연 전달자라 불리기를 좋아한다. 작가 세계나 예술의 도구가 아닌 귀한 삶 하나하나의 사연을 전달하는 사진을 하기를 소망한다. 느리고 작지만 아름답고 부드러운 힘이 있는 사진의 세계다. 사진으로 이어진 사람 사는 세상, 이 어찌 아름답다 하지 않겠는가?
그가 최근에 낸 사진집 <캄보디아: 흙 물 바람 그리고 삶>(오마이북 펴냄)은 그가 사진을 사람과 자연 속에 존재하는 만유를 소통하는 쓰임으로 어떻게 사용하는가를 보여주는 '가장 사진다운 사진'이다. 그는 사진 찍기 위해 캄보디아를 가지 않았고, 이미지를 만들어내기 위해 카메라를 들지 않았다. 그는 흙, 꽃, 바람 속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함께 하기 위해 그곳에 갔다. 마치 점령군처럼 행세하는 엔지오 활동가로 간 것이 아니라 이웃 나라에서 온 친구로 가서 살았다. 사진 기자로서 직업적으로 찍는 (혹은 기록이라는 거창한 의미를 부여하는) 사진이 아닌 그들과 그냥 웃고, 울고, 놀고, 쉬기 위해 찍은 사진이다.
그가 사진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곳이 '달팽이 사진 골방'이라는 사실이 바로 그가 가진 사진 세계관이다. 달팽이 같이 사는 삶, 달팽이를 닮은 그가 하는 사진, 이것이 사람의 사진이다.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하는 사진이 아닌 그냥 그 자체가 삼라만상의 우주가 되는 사진, 그 안에 아름다운 사람 사진가 임종진이 있다. 그가 찬 바람이 불면 또 하나의 짝을 만나기로 되어 있다 한다. 결혼도 꼭 달팽이 같이 하는 임종진에게 축하와 존경의 이 글을 오마주로 바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