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마쓰 야스코 박사가 '악성중피종과 석면 관련 질환자의 치료와 간호'에 대해 주제 발표하고 있는 모습.
환경보건시민센터
이번 국제워크숍에 참가한 일본인 간호사 나가마쓰 야스코 박사(간호학)는 '악성중피종과 석면 관련 질환자의 치료와 간호'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환자 간호(돌봄) 선진국인 영국에서 이뤄지고 있는 완화 치료·돌봄을 자세하게 소개했다. 영국에서는 영국흉부학회가 제시한 기본 틀을 바탕으로 환자들을 돌본다고 한다.
이를 좀 더 깊이 살펴보면 먼저, 효과 없는 화학요법은 결코 사용하지 않는다는 게 원칙이다. 화학요법은 부작용의 위험성이 있고 오히려 생명을 단축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와 함께 필요할 경우 악성중피종 환자의 폐를 둘러싸고 있는 흉막(늑막, 가슴막)만 떼어낼 뿐 그 외 폐 등을 완전 절제하지는 않는다.
나가마쓰 박사는 또 반드시 완화 치료를 하고 전문간호사가 어떻게 치료할 것인가를 조정한다고 한다. 통증과 호흡곤란은 악성중피종 환자에게 함께 나타나기 때문에 초기부터 동반치료를 해야 효과가 있으며 환자의 수명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영국에서는 석면질환자의 관리가 3단계로 이루어진다. 첫째, 증상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인데 고통에는 반드시 원인이 있기 때문에 환자의 이야기를 잘 경청하는 것이 그 출발점이다. 이어 신체 증상을 일으킬 수 있는 모든 원인을 고려해 대처한다. 통증의 원인은 다양하기 때문에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를 찾아내 하나하나씩 제거하는 전략을 펼치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증상을 덜 느끼도록 하는 것인데 설혹 통증이 있더라도 이를 환자가 느끼지 못하도록 하고 환자 돌봄 초기부터 끝까지 완화 치료 의사가 함께하는 것이 특징이다.
호흡곤란 대처법도 소개됐다. 석면질환자들의 호흡곤란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흉막에 물이 차거나 폐활량이 떨어져서 일어나기도 한다. 또 폐가 들러붙는 것(폐 유착)과 빈혈, 심부전, 불안 등도 호흡곤란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여기서 어느 정도의 호흡곤란이 진짜 호흡곤란이냐는 의구심이 들 수 있는데, 데이터상 수치보다 환자가 숨쉬기 괴롭다고 하면 호흡곤란으로 보아야 한다고 한다.
호흡곤란에 대처하기 위해 마약성 약물 사용도 마다하지 않는다. 나가마쓰 박사는 마약중독을 열려할 필요는 없다고 영국 의료진은 설명했다고 한다. 불안감을 느끼고 긴장하면 할수록 호흡곤란을 느끼기 때문에 간호사 등이 환자가 불안해하지 않도록 잘 지지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기관지확장제를 함께 사용하면서 가이드라인을 잘 지키면 결코 호흡저하는 일어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중피종 환자의 폐 주변에 고인 흉수(胸水)는 가느다란 카데터로 뽑아내는데 병원에 입원하지 않고 집에서도 이를 할 수 있다고 나가마쓰 박사는 말했다. 호흡곤란을 느끼는 환자에게는 얼굴 쪽으로 선풍기를 틀어줘 공기가 자신의 몸 안으로 다량 들어온다는 느낌을 갖도록 만들어 불안감을 해소하는 것도 괜찮은 대처법이라고 설명했다.
몸과 마음 보듬는 석면질환자 전담 치료, 우리도 절실중피종암 환자의 신체적 통증은 크게 염증으로 인한 통증과 수술 통증, 신경성 통증, 뼈의 통증 등 4가지로 나뉜다. 여기에는 신경차단술, 마약, 국소마취, 재활요법, 화학요법, 보완요법, 신경성 동통약, 비스테로이드계 항염증제, 가족에 대한 지지, 환자에 대한 심리적 지지 등 다양한 대처법이 동원된다.
다시 말해 말기 석면질환자에 대해서는 통증과 호흡곤란 등의 신체적 통증 대처와 함께 환자가 이젠 일을 할 수 없게 됐다는 절망감과 가족 걱정, 보상 문제 등 사회적 통증에 대해서도 의료진과 사회가 해결해 주어야 한다. 또 석면 때문에 병에 걸렸다는 억울함과 죽음, 슬픔, 불안 등 심리적 통증 치료 또는 완화도 중요하다. 여기에 성실하게 열심히 살아온 나의 인생은 무슨 의미가 있었는가와 나는 무엇을 위해 태어났는가와 같은 영적 아픔까지도 보듬어야 한다.
이런 신체적·사회적·심리적·영적 통증 문제를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석면질환자와 그 가족에 대한 이해와 함께 환자모임, 가사도우미, 방문간호, 병원의 의사와 간호사, 전담의사, 석면피해 지원단체 등 다양한 집단과 관련자들의 지원과 네트워크가 이루어져야만 한다. 특히 영국의 악성중피종 전담 간호사(mesothelioma nurse)는 환자들에게 돈만 생각하지 않는 양심적인 변호사를 소개하고 환자가 병원, 자택, 호스피스 등 어디에 있더라도 상담하는 등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일본에서도 2009년부터 영국의 석면질환자 완화 치료·돌봄 시스템을 본떠 적용하고 있는데, 5년이 지난 지금 상당한 성과가 쌓이고 있다고 나가마쓰 박사는 밝혔다.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들이 환자모임을 소개해주는 사례도 늘고 있고, 호흡곤란을 느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해 환자들을 교육하고 있다고 했다. 환자에 대한 금연지도와 함께 집에서 산소농축장치로 호흡곤란을 치료하는 가정산소요법을 시행하고 있으며 외출용 산소통을 가지고 다니는 것도 이젠 흔한 광경이 됐다고 한다.
한편, 이날 워크숍 참석자들은 영국에서는 이미 뿌리를 내렸고 일본에서도 막 걸음마를 시작한 석면 질환자에 대한 통증 완화 돌봄이 우리나라에서도 하루빨리 이루어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나가마쓰 박사에게 영국과 일본의 석면질환자 최신 치료·돌봄 현황을 들으면서 우리나라가 이를 따라가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선진국에 견줘 우리나라의 석면 질환자 수 증가 속도가 빠르지 않고 절대 환자 수도 적은 점 등을 고려하면 불가능한 것만도 아니다. 향후 집중적으로 예산과 인력을 투입하고 우리 형편에 걸맞은 전략을 세워 석면질환자 치료·돌봄 서비스를 펼친다면 이른 시일 안에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
빵과 젖은 결코 저절로 얻어지지 않는다. 석면질환자와 가족모임, 시민단체, 언론 등이 함께 힘을 모아 정부와 정치권에 이를 강력히 요구할 때 새로운 패러다임의 석면질환자 완화 치료·돌봄 서비스가 우리나라에서도 이루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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