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진주 신흥 주택지 한가운데 있는 평거동 유적지.
김종신
솟대를 지나 안으로 들어가면 진주 평거동 유적지다. 한국토지주택공사 진주 평거 3택지 개발 사업과정에서 확인된 유적으로 진주시 평거동 532번지 일원(약 97,000㎡)에 자리 잡고 있다. 2005년 2월 1일 발굴 조사에 착수, 2009년 1월 22일 조사를 완료했다.
발굴조사를 통해 확인 조사된 '옛날 토목건축의 구조와 양식을 알 수 있는 실마리가 되는 자취' 유구는 신석기 시대 후기의 의례유구인 원형석축유구를 포함한 3기, 청동기 시대 전기 마을 유적의 대형 수혈 건물지, 청동기 시대 후기 매장 유구군의 대형묘역시설과 성토 층을 갖춘 매장유구 등 476기, 삼국시대 취락관련 유구 211기 등 총 690기와 밭 12개 층 129개면 면적 약 15,000여 평에 이른다.
청동기 시대부터 삼국 시대까지 사람들 주요한 터전이 모습을 드러낸다. 밭도 있고, 무덤도 있다. 마을회관에 해당하는 건물도 있고 원룸 같은 단출한 갈대로 만든 집도 재현되어 있다.
솟대를 지나 오른쪽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삼국 시대 밭의 자취가 나온다. 확인할 수 없는 씨앗이 출토되었고 탄화(炭火) 보리도 나왔다고 한다. 내가 좋아하는 맥주를 위해 보리를 심은 것은 아닐 터. 요즘은 건강에 좋다고 보리 혼식하지만, 이들은 건강을 위해 보리를 키운 게 아닐 것이다.
삼국 시대의 경작터를 재현한 플라스틱 보리밭을 뒤로하고 돌아서면 갈대로 만든 집들이 나온다. 갈대를 엮어 만든 집들 내부는 구들을 설치하고 부뚜막과 아궁이를 서쪽 벽 중앙에 설치했단다.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살았던 사람들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내 몸 누울 집 한 채 있으면 마음은 아주 든든하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