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북한·중국 빼고 교육부가 가장 독립 안 된 나라"

[인터뷰- 전성은 전 교육혁신위원장①] '교육부 독립' 왜 필요한가

등록 2014.07.08 10:54수정 2014.07.08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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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 때 대통령 직속기관인 교육혁신위원장을 지낸 전성은 전 거창고등학교 교장은 <왜 학교는 불행한가>, <왜 교육은 인간을 불행하게 하는가>, <왜 교육정책은 역사를 불행하게 하는가>라는 제목의 교육 관련 시리즈 책 3권을 펴냈다. ⓒ 윤성효


전성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교육부 장관을 못 시켜 드려 죄송하다"고 했던 사람이다. 참여정부 때 교육혁신위원장을 지낸 그는 2011년부터 한국의 무너진 교육을 되살릴 교육철학을 담은 '교육론 3부작'을 펴내 최근에 마무리했다.

<왜 학교는 불행한가>, <왜 교육은 인간을 불행하게 하는가>, <왜 교육정책은 역사를 불행하게 하는가>가 그 책이다. 41년간 거창 샛별초등학교, 샛별중학교, 거창고등학교의 교사·교장으로 있었던 그가 아이들의 문제를 끌어안고 갖가지 교육 문제를 풀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 놓은 책이다.

지난 5일 오후 거창에서 전성은 전 교장을 만났다. 간단한 복장에 경차를 타고 온 그를 먼저 보는 순간 편안해 보였다. 그런데 첫 마디는 "얼마 전에 한 기자가 책도 읽지 않고 인터뷰를 하겠다고 연락이 와 거절했다"고 말해 속으로 뜨끔했다.

기자는 미리 3권의 책을 구입해 대충 읽은 뒤 사인을 받으려고 들고 왔다. 다소 안도감이 들었다. 전 전 교장은 왜 학생들이 불행하고, 학교가 불행하며, 교육정책은 왜 잘못되어 가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전 전 교장은 책에서 '교육 독립'과 '교육정책의 목적' 등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해 놓았다. 또 그는 "감정의 골이 깊어진 국민의 분열은 민주주의를 후퇴시킨다"는 말도 해놓았다.

"학교교육의 최종 결정권은 개별 학교·교사가 가져야 한다. 행정은 학교가 절대 결정권을 가지고 교육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구여야 한다. 그리고 사회는 그 학교와 행정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평가권을 가져야 한다."

"선거에 이겨 정권을 잡은 집단이 공권력을 장악한다. 그 공권력을 자기 집단의 이익을 유지하고 확대하기 위해 마음대로 휘두른다. 공권력은 집권세력의 사권력이 되었다. 1퍼센트로 이겨도 이긴 것은 이긴 것이다. 49퍼센트는 0퍼센트가 된다. 49퍼센트를 위한 정책은 무시된다. 그들은 철저히 무시되거나 때로는 심지어 국가의 적으로 취급되기도 한다. … 49퍼센트의 이해관계가 존중되는 것이 바로 '공동선'이다."


전성은 전 교장은 '국가주의 교육 시스템'을 비판했다. 또 교육부도 3권 분립(입법·사법·행정)처럼 행정부에서 독립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교육감협의회와 국립대총장협의회도 독립된 법적 기구가 되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참여정부 교육혁신위원회 활동 보고와 관련해 그는 "교육 시스템을 바꾸어야 하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을 다 뜯어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구상에서 북한과 중국을 빼면 우리는 교육부가 행정부에서 가장 독립하지 않은 나라다"고 밝혔다.


다음은 전성은 전 교장과 나눈 대화 가운데 '교육부 독립'과 관련한 주요 내용이다.

"교육부, 입법·행정·사법부처럼 독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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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 때 대통령 직속기관인 교육혁신위원장을 지낸 전성은 전 거창고등학교 교장은 <왜 학교는 불행한가>, <왜 교육은 인간을 불행하데 하는가>, <왜 교육정책은 역사를 불행하게 하는가>라는 제목의 교육 관련 시리즈 책 3권을 펴냈다. ⓒ 윤성효


- 교육 시리즈 3권의 책은 어떻게 해서 내게 되었는지?
"서론, 본론, 결론의 성격을 갖고 있다. 첫 번째 책은 두 번 째 책을 쓰기 위해, 두 번째 책은 세 번째 책을 내기 위해 썼다. 아이들을 교육한다는 게 국가를 위한 교육이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 왜 교육이 국가에서 독립해야 하는지를 썼다. 첫 번째 책보다 두 번째와 세 번째 책이 적게 팔렸는데 내가 책을 잘못 썼나 싶기도 하다. 두 번째 책은 자녀 교육을 위해서 부모들이 읽어 보면 도움이 되고 일반인에게도 필요한 내용이다. 세 번째 책은 교육개혁 이야기다."

- 외국 사례도 많이 언급해 놓았던데.

"여행을 가면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나는 교육에 관심이 많다보니 교육 관련 시설들을 둘러본다. 우리는 우리나라 교육제도만 생각하는데 외국 사례를 보면 전혀 다르다."

- 책에서는 '국가주의 교육 시스템'을 강하게 비판해 놓았는데.
"교육이 국가권력으로부터 완전히 독립된 나라는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중국과 북한을 제외하면 세계에서 교육이 국가로부터 가장 많은 통제를 많이 받는 나라다. 그런데 국민들은 그런 것에 문제의식을 갖지 못한다. 교육이 국가 통제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선 500년은 두고라도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그렇게 되었다. 지금도 국가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교육이 국가 통제를 받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 일제로부터 해방이 되었지만 국가통제를 받는 교육제도는 바뀌지 않았다는 말인지.
"해방이 되고 나서 교육학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깊은 생각 없이 한 것이다. 가령 '홍익인간'이라고 하는데, 그것은 평화와 사랑에 해당하는 것이다. 교육은 민주시민을 만드는 것이다. 조선은 왕조시대니까 '삼강오륜'이며 '충신', '열려'를 이야기 하는 게 맞다. 그러나 지금은 충신을 만드는 시대가 아니지 않느냐. 민주시민을 만드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 해방이 되자마자 그런 생각이 없던 사람들이 급하게 만들다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전두환·노태우 때까지만 해도 '민주주의 하자'고 하면 큰일 날 것처럼 했는데 얼마나 뒤떨어진 시대였나."

- 우리나라 교육학은 미국 영향을 많이 받지 않았나.
"교육학자 중에 외국에 가서 박사학위를 받았다면 99%가 미국이다. 우리나라에서 논문 제목 가지고 가 미국에서 학위만 받아 온다. 미국의 교육정책은 정작 잘 모른다. 미국에 교육부가 없다는 사실을 잘 모른다. 물론 장관은 있지만 우리와 다르다. 참여정부 때 교육혁신위원회에서 같이 일했던 박사들에도 그런 분들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비교교육학'을 잘 하지 않는다. 교사 자격증을 따온 사람들도 비교교육학을 아는 사람들이 없더라."

- 교육부를 없애자는 말인가.
"교육부를 없애자는 말을 하는 게 아니다. 교육이 국가에서 독립해야 한다는 말이다. 교육부가 입법·행정·사법부처럼 독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교육부가 행정부 속에 있으면 안된다. 없애자는 것이 아니라 독립하자는 것이다. 김영삼·김대중정부 때 '교육개혁' 등으로 해서 계획만 세우다가 유야무야 되었다. 노무현 정부 2년간 교육혁신위원회를 통해 방향을 잡았다."

"개별학교가 가장 중요한 결정권 가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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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 때 대통령 직속기관인 교육혁신위원장을 지낸 전성은 전 거창고등학교 교장은 <왜 학교는 불행한가>, <왜 교육은 인간을 불행하데 하는가>, <왜 교육정책은 역사를 불행하게 하는가>라는 제목의 교육 관련 시리즈 책 3권을 펴냈다. ⓒ 윤성효


- 참여정부 때 세운 교육혁신위원회의 방안들이 왜 실현되지 않았나.
"그 때 초안을 만들어서 각 당에 전달했다. 그 때 옛 한나라당 박세일 교육분과위원장을 만났더니 이주호 전 의원(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역임)을 데리고 나왔더라. 같이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이명박 대통령으로 바뀌니까 그동안 추진해 왔던 교육개혁이 싹 바뀌었다. 이주호 전 장관은 우리 안을 잘 안다. 그 중에 입학사정관제를 갖다 썼는데 취지가 달랐다. 그것을 하려면 준비를 4년 넘게 해야 하는데 준비도 없이 한 것이다. 대통령이 바뀌면 교육정책도 바뀌어 왔다. 박근혜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그런 면에서 이 나라가 한심하다."

- 대통령을 장관이 임명하니까.
"교육부가 독립해야 한다.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이 일을 많이 했는데, 이주호 전 장관은 그것을 뒤엎는 일을 사명으로 알았다. 대통령은 자기 입맛에 맞는 사람을 교육부 장관으로 앉히고 그것을 교육개혁이라고 말한다. 대통령이 바뀌니까 역사 교과서를 바꾸자고 난리다. 어느 대통령이 되더라도 그렇게 하면 안된다. 아이들을 위한 교육은 독립해야 한다."

- 그렇다면 교육부 역할은.

"교육부는 교육기획력이다. 이른바 '삼각형'으로 보면 된다. 단위학교에 교육 결정권을 주고 평가기구를 따로 둔다. 교육행정은 지원만 한다. 3자가 평등한 관계로 가야 하고 상호보완적이어야 한다. 3자도 나중에는 다 독립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교육부가 독립하지 않으면 다 안 되는 것이다."

- '평가'가 왜 중요한지.
"학교교육은 나름대로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 학교교육은 단위학교인 개별학교가 가장 중요한 결정권을 가져야 한다. 교육청을 요즘은 '교육지원청'이라고 하는데 개별학교를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평가는 전문기구가 해야 한다. 지금과 같이 교육(지원)청이 평가를 하는 것은 제대로 된 평가가 아니고 지배·통제 수단이다. 평가는 교육에 있어 더 좋은 방법을 찾아내기 위해 하는 것이어야 하는데 지금 교육청이 하는 것은 학교를 쥐어짜고 교사를 통제·관리하는 수단이다."

- 사실 3권 분립도 말만 하지 않나.
"실제는 그렇지 않지만 입법·사법·행정이 독립해야 한다. 청와대가 행정부뿐만 아니라 입법부·사법부를 장악하면 안된다. 역대 정부를 비교해 보면 참여정부는 입법부에 관여를 하지 않았다고 본다. 또 노무현 전 대통령은 사적이건 공적이건 한 번도 검찰총장한테 전화를 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안다. 그러니까 국민들은 대통령이 무능하다고 하고. 국민들은 청와대가 검찰도 지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니까 무능하다고 하니 말이다. 그런데 3부는 철저하게 독립해야 하지 않나."

- 교육 수장을 선거로 뽑자는 말인지.
"교육부가 독립을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할 것인지는 내가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다. 지금 국회의장과 대법원장을 국민들이 뽑는 것이 아니다. 세세한 방법은 모르겠다. 교육 수장을 어떻게 뽑을지 방법은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교육이 행정부에서 독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 요즘 부쩍 '국가주의'가 강조된다는 느낌을 받기도 하는데.
"왜 '국가'라는 말을 자주 쓰나. 국가가 있기는 하나. 누가 국가냐. 박근혜 대통령이 국가냐. 루이 왕조시대는 짐이 곧 국가라고 했는데 이명박 전 대통령도, 박근혜 대통령도 그런 생각을 하는 모양이다. 지금이 어느 시대냐. 대통령이 국가는 아니다. 삼강오륜이며 충효가 국가는 아니다. 요즘 어느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보니까 초등학교에서 충성을 가르치던데 그것을 보는 순간 섬뜩했다. 누구한테 충성이란 말이냐."

- 교육혁신위원회에서 내놓은 여러 방안들은 어떻게 되었나.
"우리는 안을 만들어서 교육부에 넘겼다. 우리는 집행부가 아니어서 어떻게 되었는지 모른다. 점검할 새도 없이 임기를 마쳤다."

"정신교육한다며 나쁜 교육만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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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 때 대통령 직속기관인 교육혁신위원장을 지낸 전성은 전 거창고등학교 교장은 <왜 학교는 불행한가>, <왜 교육은 인간을 불행하데 하는가>, <왜 교육정책은 역사를 불행하게 하는가>라는 제목의 교육 관련 시리즈 책 3권을 펴냈다. ⓒ 윤성효


- 그러면 교육부 독립을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인지.
"교육이 행정부에서 독립해야 한다. 지금 장관은 그것을 실행할 능력이 없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장관이 있는 한 안될 것이다. 대통령은 우리가 내놓은 안을 거꾸로 하고 싶어 할 것이다. 교육 시스템을 바꾸어야 하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을 다 뜯어 고쳐야 한다."

- 외국은 어떤지.
"지구상에서 북한과 중국을 빼면 우리는 교육부가 행정부에서 가장 독립하지 않은 나라다. 이전에 보니까 독일은 교육부장관이 10년 넘게 하고 있더라. 정권이 바뀌어도 하고 있었다. 우리는 한 대통령 밑에서도 몇 명이나 바뀌어 나간다. 교육부는 행정부의 시녀가 아니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이 아니라 독립해야 한다. 이 말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알아들었다. 다음에는 그런 대통령이 나와서 교육부가 독립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요즘 '정신교육'을 강조하는데.
"역사적으로 정신교육을 한다면서 나쁜 교육만 해왔다. 히틀러가 그랬다. 미국은 보이스카웃, 일본은 가미가제 특공대를 만들었다. 그런 교육은 애국심을 고취하자는 건데 지금이 어느 시대냐."
#전성은 #거창고등학교 #교육혁신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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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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