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북정책 '전략적 인내'는 제로섬 게임인가?

[주장] 북한에 대한 이른바 '전략적 인내' 정책을 바꿀 시간이다

등록 2014.07.05 12:15수정 2014.07.05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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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대한 미국 오바마 행정부의 이른바 '전략적 인내' 정책은 제로-섬 게임이다. 이 '전략적 인내'라는 미국 정책의 개념은 북한의 핵과 탄도 미사일 프로그램에 맞추어져 있다. 실제적인 의미에서 '전략적 인내'라는 의미는 매우 간단하다.

쉽게 말해 그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즉, 미국의 대북 정책은 북한이 핵 무장 해제에 관한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할 때까지 협상을 유보하겠다는 것이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미국은 북한이 그렇게 할 때까지 북한에 대한 제재를 이어 가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불안정한 북미 관계의 상황 속에서 미국 오바마 행정부는 우위를 지켜왔을까? 과거의 역사에 근거해 이야기하자면 미국이 북한에 제재를 가하면 가할 수록, 북한은 자신들의 핵 프로그램을 더욱 향상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고 말았다.

지난 2001년에서 2005년 사이 부시 행정부 역시 북한과의 협상 과정에 있어 북한 핵 프로그램에 관해 이른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폐기(CVID)'라는 전제 조건을 반복했다. 하지만 협상은 지속적으로 정체되었으며 실패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협상 과정에서의 모든 비난을 미국에게만 돌릴 수는 없다. 북한도 그동안 핵무기 생산을 위한 플루토늄을 만들었고 핵무기 설비들을 지속적으로 개발했다. 결국 북한은 2009년, 6자회담이 중단되었을 때 두 번째 핵실험을 실시했다.

당시 힐러리 미 국무장관은 "현재 대북한 제재는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검증 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단계를 밟기 전에는 완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즉 힐러리는 부시 행정부와 마찬가지로 미국의 '전략적 인내' 정책을 재확인한 것이다. 그러나 그 결과는 무엇이었을까? 북한은 3차 핵실험을 실시했고 더 나아가 탄도 미사일 성능 향상을 과시하는 위성 발사까지 감행했다.

지금까지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중단시키는 데 실패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집권 이래 북한은 두 차례나 지하 핵실험을 실시했으며 여러 차례 장거리 탄도 로켓을 발사했다. 이것이 '전략적 인내' 정책의 유일한 결과물이다. 사실 전략적 인내 정책은 실제적인 정책이 아니다. 북한 또한 수사학적 협상과 선언을 선호해 왔고 제재와 비난에 초점을 맞춘 미국 정책을 이용해왔다. 오바마 행정부는 도발과 이에 따른 보상이라는 사이클에 집중하는 북한 때문에 이러한 전략적 인내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미국은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검증 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단계를 취할 때까지 이 정책을 굳게 유지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면 이것은 제로-섬 게임인가? 미국은 이러한 입장에서 과연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


북한은 은밀하게 핵무기를 탑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포함해 대량살상무기(WMDs)들을 개발해왔다. 미국은 비록 그들의 노력이 헛되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했지만, 이것이 이른바 제로-섬 게임의 현실이다.

협상 없이는 진전도 없다


그렇다면 왜 미국은 북한에 대한 정책 변화를 주저하는 것일까? 오바마 행정부는 국가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아시아로의 자원 이동이 매우 중요하다고 늘 언급한다. 만약 미국 정부가 북한에 대한 개입이 중국을 봉쇄하기 위한 균형 전략의 일환으로 생각한다면 이러한 측면에서 미국의 국가 이익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 북한의 전통적인 우방국인 중국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한 최상의 방법을 무엇일까?

냉전 시대에 있어 미국의 국가 이익은 외교 정책이 경제보다 이데올로기에 초점이 맞추어졌기 때문에 소련의 확장을 봉쇄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 시대에는 경제적 이익이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다.

환태평양동반관계(TPP)의 광범위하고 성공적인 영향력 측면에서도 미국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본질적인 경제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이런 점에 주안점을 두면 단지 북한을 제재하고 봉쇄하는 것이 미국에 이익이 될까?

긴장이 증가함으로써 미국의 무기 판매는 증가할지 모르나, 이것이 외교 정책 비용을 상쇄하지는 못한다. 예를 들어 2013년 남서부 및 중앙아시아 지역에 대한 미국 무기 수출 금액은 88억 달러로 증가했지만, 이 지역에 대한 미국의 국방 예산은 2820억 달러에 달했다.

무기 수출 증가분도 주로 인도가 미국 보잉사의 P-8 포세이돈 초계기 등 18억 달러를 수입한 것이 크게 차지했다. 더 나아가 스톡홀롬 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아시아 오세아니아 지역에 대한 2013년 미국 국방 예산은 3.6%가 증가해 4090억 달러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을 파트너로 간주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인가? 지정학적인 국제정치는 도덕관념에 앞선 사업이다.

미국과 북한의 관계 정상화는 단지 중국의 영향력을 줄일 뿐만 아니라 북한에 산재한 천연자원에 미국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경제적인 이점을 가져다줄 것이다. 최근 발표된 자료들은 북한이 회토류 원소에 있어서도 중국보다 6배나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의도와 목적

북한이 도발적 행동을 하는 의도는 매우 간단하다. 짧게는 북한은 미국에 의해 부과되고 있는 경제적 제재를 중단시키는 것이지만, 길게는 1953년 한국 전쟁 휴전협정을 대체할 평화 협정을 체결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북한은 경제적 지원과 함께 어떤 제재도 없는 서방 세계와의 자유 무역을 갈망하고 있는 듯하다. 다른 말로 하자면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와 자신들의 안전 보장을 원하고 있다.

그렇다면 결과적으로 미국의 전략적 인내 정책의 목표는 단지 북한에 대한 제재 부여만이 아니라 북한 대량살상무기(WMD) 기술의 확산 방지와 비핵화에 있다. 따라서 미국과 북한 양측이 대화를 수행한다면 아주 좋은 협상 카드(bargaining chip)가 있다. 양측을 만족하게 하는 합의가 성사된다면 평화 협정 체결은 좋은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단지 제재만으로는 어떠한 국제적인 불화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은 이란이나 쿠바 사례가 잘 보여준다. 북한에 대한 제재 정책은 미국은 물론 한국을 포함한 미국 우방국들의 안보를 해치는 북의 도발을 유도할 뿐이다.

이 정책은 오직 점증하는 핵 위협과 핵 기술 수출의 위험성만 언급할 뿐 미국의 경제적 이익은 고려 대상에 넣지 않는다. 그러므로 북한과의 협상은 단지 신뢰를 구축할 뿐만 아니라 한반도에 만연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게 할 것이다.

대화가 없다면 어떠한 것도 성취될 수 없다. 협상은 비핵화 목표를 달성하게 하고 핵으로 무장한 북한에 의해 제기된 위협을 줄일 뿐만 아니라 긴장을 완화하고 고립된 북한의 향후 도발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에 대한 전략적 인내 정책을 '전략적 협상' 정책으로 바꿀 시점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페어옵서버(Fairobserver)에 게재된 필자의 영문 칼럼을 우리말로 그대로 옮긴 것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본 영문 칼럼을 감수해주신 정대화 부산대 명예교수님, 미국에 계시는 오인동 박사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원문 주소: http://www.fairobserver.com/region/north_america/strategic-patience-policy-north-koreas-zero-sum-game-44171/
#전략적 인내 #북미 관계 #평화 협정 #국가 이익 #전략적 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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