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도 전쟁터 가나"... 쪼개진 일본 열도

'집단적 자위권' 놓고 뜨거운 찬반 논쟁... 국론 분열 양상

등록 2014.07.03 08:46수정 2014.07.03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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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내각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놓고 일본 열도가 둘로 나뉘어 충돌하고 있다.

일본 <교도통신>이 집단 자위권 행사를 위한 헌법 해석 변경 각의 결정 이후 이틀간 실시한 긴급 여론조사 결과 아베 내각 지지율은 47.8%를 기록, 지난해 12월 이후 처음으로 50% 아래로 떨어졌다.

또한 '아베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40.6%를 기록하며 2012년 12월 아베 내각 2기가 출범한 이후 처음으로 40%대로 올라섰다. 집단 자위권 반대 여론이 훨씬 우세한데도 불구하고 아베 내각이 각의 결정을 강행한 것에 대한 불만이 반영된 셈이다.

아베 내각은 그동안 일본은 집단 자위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역내 내각의 헌법 해석을 33년 만에 뒤집고, 1일 각의 결정을 통해 헌법 해석을 변경하며 집단 자위권 행사를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집단 자위권 행사 용인에 반대한다는 응답은 54.4%를 기록하며 찬성한다는 응답 34.6%를 훨씬 넘어섰다. 집단 자위권 행사를 용인한 각의 결정에 대해서도 무려 82.1%가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전쟁 가능한 나라... 내 아이도 갈 수 있다"

아베 내각이 이번 헌법 해석 변경으로 일본을 사실상 '전쟁이 가능한 나라'로 만들면서 안보정책의 일대 전환점을 맞게 되자 일본 사회와 언론도 두 갈래로 나뉘어 연일 뜨거운 논란을 벌이고 있다.


일본 공영방송 NHK에 따르면 아베 신조 총리의 관저 앞에서는 집단 자위권 행사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사흘 연속 벌어졌다. 시위 규모가 1만 명을 넘어서며 갈수록 확대되자 정부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시위를 주도하는 시민단체 '전쟁을 허용하지 않는 1000명 위원회'의 핵심 인물이자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오에 겐자부로는 기자회견에서 "아베는 헌법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사람"이라며 "일본이 전쟁에 휘말리면 적국의 테러 표적이 된다"고 비판했다.


시위에 참가한 일본 지바현의 한 30대 주부는 "내 아이가 전쟁터에 갈 수도 있는 나라가 되는 것이 싫다"며 "일부 정치인들이 밀실에서 나라를 바꾸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도쿄의 50대 회사원은 "스스로 국가를 지키고, 동맹국을 도와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평화가 무너질 것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과도한 반응 같다"며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반겼다. 

"일본 입헌주의 역사에 수치스러운 날"

일본 언론도 연일 격렬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진보 성향의 <아사히신문>은 "전후 70년간 쌓아온 일본의 민주주의가 짓밟혔다"며 "법적인 개헌 절차를 무시하는 과정을 보며 눈을 의심했다"고 비판했다.

<아사히신문>은 "아베 내각이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용인한 7월 1일은 일본 입헌주의 역사에서 가장 수치스러운 날로 남게 될 것"이라며 "국민의 의사를 묻지도 않고 무력 행사의 길을 열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일본이 가장 경계해야 할 북한의 도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한국과 중국의 협조가 필수적"이라며 "하지만 양국과의 관계가 차가워진 상태에서 이번 각의 결정은 더욱 가혹한 대립을 초래할 수밖에 없는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중도 진보의 <마이니치신문>은 "국가존립을 자유자재로 해석해서 타국의 전쟁에 참여하는 명목이 되면 안 된다"며 "동맹과의 약속을 이유로 참전했다가 멸망한 다이쇼(1차 대전)와 쇼와(2차 대전)의 실수를 반복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 신문은 "때로는 정치도 폭주할 수 있으며, 여기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것은 국민밖에 없다"며 "지금부터 일본의 민주주의가 중요한 시험대에 올랐다"고 강조했다.

"감정적 선동 말라... 드디어 제대로 된 국가"

반면 중도 보수의 <요미우리신문>은 "모든 헌법은 삼권 분립에 따른 대응이고 입헌주의에 어긋난다는 비판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아베 내각이 개헌이 아닌 헌법 해석 변경이라는 편법을 썼다는 진보 진영의 비판을 적극 반박했다.

이어 "전쟁의 길을 열었다는 진보 세력의 감정적인 선동은 어림없을 것"이라며 "국가 방위와 무관하게 다른 나라를 지키는 것이 아니고 이라크전쟁과 같은 사례는 완전히 배제됐다"고 주장했다.

일본의 양대 신문으로 불리는 <아사히신문>과 <요미우리신문>은 아베 내각 출범 이후 줄곧 집단적 자위권 행사와 평화헌법을 놓고 수많은 기사와 사설을 쏟아내며 치열한 논쟁을 벌여왔다.

보수 성향이 더 강한 <산케이신문>은 "자민당이 오랫동안 정권을 갖고 있으면서도 해결하지 못했던 현안을 드디어 이뤄냈다"며 "이제야 제대로 된 국가의 형태에 가까워졌다"고 치켜세웠다.

또한 "헌법 해석 변경으로 개헌을 회피했다는 비판도 있다"며 "하지만 국가로서 마땅히 보유하고 있는 자위권을 애매하게 해석해왔던 것이 문제이며 이를 바로잡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집단적 자위권 #평화헌법 #아베 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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