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하는 사람 임종진.
이희훈
- 그 뒤 10년여 동안 캄보디아를 들렀습니다. 자신이 무너져 내린 곳에 계속 간 이유가 궁금한데요? "캄보디아에서 나오는 데 신부님이 나를 툭 치더니 한 말씀 하셨습니다. '또 오지~'.(웃음)"
- 캄보디아에서 '알 수 없는 버거움'의 실체를 확인했나요? "사진보다 사람이 우선입니다. 기자는 기자대로 역할이 있죠. 강한 사진을 도구로 활용해 사회적 공론을 만들어 거대담론을 형성하는 거겠지요. 사진작가는 자신의 철학을 카메라에 투영하는 것입니다. 사회적으로 이런 큰 역할이라기보다는 저는 소박하게 사람들의 가치를 전달해주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사진보다 사람이 우선이라는 말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사진을 찍을 때 나를 위해 그 사진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자기암시입니다. 캄보디아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임종진을 세우고 싶지 않습니다. 이 분들이 더 잘 보였으면 좋겠습니다. 나를 보지 말고 이 분들의 삶을 바라봤으면 좋겠습니다."
- 사진집을 보면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고, 노동자와 농민들이 묵묵히 일하는 모습과 빈민들의 일상이 표현돼 있습니다. 캄보디아에는 수많은 장면이 있을 텐데, 왜 이들의 모습에 주목했나요?"가장 평범한 분들이죠. 소소한 일상 속에서 아름다운 모습을 담고 싶었습니다."
- 소소한 일상 속에서 목격한 아름다운 모습은 무엇이었나요?"관계입니다. 모든 삶에는 희로애락이 있고, 그 사이에 관계가 만들어집니다. 가족과 이웃을 위하고 서로의 존재를 인정해주는 모습이죠. '정'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사진집에 며느리를 걱정하는 얼굴이 나옵니다. 아들은 자살을 했고, 며느리는 밀주를 만들어 생활하는데, 아버지는 그 며느리가 안쓰러웠습니다.
영양 상태가 좋지 않아 모유가 안 나온다면서 음식을 나누는 장면이 있죠. 쓰레기 더미 속에서 비참하게 살아가는 분들 속에도 '사람'이 있습니다. 손녀가 쓰레기 위에서 일하는 할아버지 머리 위에 쌓인 먼지를 털어주는 장면도 있습니다."
- 공동체적 가치를 중시한다는 말씀인가요?"그렇죠. 돈을 중시하는 사회에서 개인의 파편화는 가속화되고, 그 속에서 공동체 정신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캄보디아 사람들이 가난하고 얼굴도 까맣다는 '외형'에 사로잡혀 있어요. 편견입니다. 그들도 존중받아야 할 사람입니다. 캄보디아라는 지명은 큰 의미는 없습니다. 또 다른 곳에 사연이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 사진집 <캄보디아>를 통해 독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나요?"캄보디아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습니다. 가난하고 피부색이 짙고 어둡다는 것이겠죠. 우리나라 사람들이 캄보디아 사람을 하대하는 것을 많이 봐왔습니다. 하지만 그런 외형에 집착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평범하게 그리고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들이 가진 낮은 편견의 인식 틀이 걷혔으면 좋겠어요. 어느 누구든 타인을 함부로 낮춰볼 자격은 없습니다."
가슴으로 찍는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