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도보순례단이 국무총리비서실 입구에 도착하자, 사복경찰이 채증카메라를 찍고 있다.
김종술
오전 10시 24분, 10여 명의 기자가 총리실에서 나오면서 정홍원 총리 주재로 국무회의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순례단의 분노는 극에 치달았다.
이 단장은 "어제 통화에서는 총리가 서울에 있어 면담이 안 된다고 해 놓고는 또다시 거짓말로 우롱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하지만 세종경찰서 교통과장은 "여러분은 현재 도로를 점거해서 차량의 통행을 방해하고 있다. 현재 시간부로 전원 해산해 주기 바란다. 그러지 않을 경우 현행범으로 체포될 수 있음을 알려드린다"고 방송했다.
이번에는 총리실 산하 농림국토해양정책국 정책과장이 내려왔다. 이동인 단장은 "어제는 총리가 없다고 해서 비서실에 항의서한을 전달하기로 했는데 총리님이 있는 만큼 면담과 항의서한을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정책과장은 "뜻을 전달하고 오겠다며 기다리고 있으라"는 말을 남기로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오후 1시가 되어가는데도 연락이 없었다. 결국 이동인 단장이 사무실에 전화하니 담당 직원이 "과장님이 식사하러 갔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해주었다. 이에 이 단장은 "고령의 어르신까지 아침부터 뜨거운 바닥에서 배를 곯아 가면서 기다리고 있는데..."라고 분노했다.
1시 32분경 생수 3박스를 들고 온 과장은 분노하는 순례단을 돌려보내기에 바빴다. 이어 다시 중재가 이어지고 조경규 국무조정실 국무총리비서실 경제조정실장과 이동인 단장, 송정근 도보 대장이 함께 면담하기로 했다. 기자도 그 자리에 포함됐다.
이동인 단장은 "순례단이 5일차 한 걸음 한 걸음 걸어서 이곳까지 왔다. 어제 절차를 밟아서 서한 전달을 하기로 했음에도 5시간 넘게 범법자 취급을 당했다"며 "팽목항에 도착하는 7월 12일, 실종자들이 가족 품에 돌아가서 더이상 눈물 흘리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조경규 실장은 "문전박대를 한 것은 사실이 아니고 어제 약속이 되었다면 확인 후 따로 연락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또, 출입을 막았던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 매뉴얼에 따라 출입을 막았던 것 같다. 의도적으로 막지는 않았다. 여러분의 뜻을 총리님께 그대로 보고하겠다"고 약속했다.
기자는 정책 과장에게 순례단을 기다리라고 해 놓고 점심식사를 다녀왔는지를 물었다. 이에 대해 "사전에 손님과의 약속이 있어서 미팅하고 있었다. 점심시간이라 담당 직원이 밥 먹으러 간 것으로 얘기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동인 단장은 "아침부터 5시간 넘게 더운 밖에서 기다리는 어르신들에게 미안하다. 조경규 실장께서 같이 내려가 손 한 번 잡아주고 고생한다는 말 한마디 응원해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그러자, 조 실장은 이 단장과 함께 내려와 순례단에 사과의 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