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후죽순 요양병원, 정부 인증 믿게 하려면...

[노인요양병원, 이대로 안된다③] 인간의 존엄과 안전이 우선인 요양병원 필요

등록 2014.07.09 20:00수정 2014.07.0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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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장성요양병원 화재참사로 요양병원의 안전과 더불어 요양시설에서의 강제구금, 폭행, 성폭행, 환자길들이기, 국가재정의 횡령 등의 총체적 문제들이 드러나고 있다. 건강세상네트워크는 요양병원의 근본적인 문제점들을 살펴보고 다시는 이같은 사건으로 또다른 피해자들이 나타나지 않도록 요양병원의 문제점과 개선점을 제안하고자 한다. - 기자 말

우리나라 국민들의 생활 수준과 보건의료 수준 향상으로 평균수명이 크게 늘어나면서 2018년에는 노인 비중이 전 국민의 14%, 2026년에는 20%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우리사회는 이미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것이다.

그러나 고령사회를 위한 사회적 준비는 미흡하다. 최근 노인들에게 월 20만 원을 지급하는 기초연금제도를 둘러싼 논란들을 보면 노인인구 증가로 인한 사회적 불안함이 매우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고령화는 다양한 문제들을 품고 있다. 그 중 신체기능 저하는 노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복잡한 의료 문제를 수반한다.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기능이 저하됨으로써 독립적인 일상생활이 어려워지게 되는 것이다.

경제성장과 도시화는 전통적인 가족의 붕괴를 가져왔고 핵가족화로 인한 가족 기반의 노후 생활은 더 이상 불가능한 사회가 되었다. 그러나 노인복지의 문제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장수하는 것은 마냥 축복이 아닌, 누군가에게는 근심 걱정이거나 불행이기도 하다.

제대로된 요양기관, 왜 이렇게 찾기 힘들까요?

a  장성요양병원 화재참사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

장성요양병원 화재참사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 ⓒ 건강세상네트워크


이런 사회적 변화 속에서 요양병원이 탄생했다. 혼자서는 일상 생활이 어려운 환자 돌봄을 가족들에게만 책임 지우는 게 아니라 사회와 국가 차원의 문제로 확대 지원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높아진 것. 정부가 장기요양보험을 만든 이후에는 더 급격히 증가했다.


그러다보니 돌봄보다 병원의 이익에만 혈안이 된 민간요양기관들이 난립하게 되었다. 2014년 현재 요양병원은 1284개로 요양원 등 요양시설까지 모두 합치면 총 6000여 곳이 넘는다. 국내 총 의료기관의 48%를 요양기관이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환자들이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안심하고 찾을 수 있는 제대로 된 요양기관은 찾기가 어렵다.

정부는 우후죽순 생겨나는 요양병원의 의료서비스 질을 높이고 환자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2013년부터 민간기관인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을 만들어 의무적으로 인증 신청을 하도록 했다. 그러나 현재 1200여개의 요양병원 중 인증을 받은 병원은 전국적으로 255개로 전체 요양병원의 20%에 불과하다.


요양병원의 의료서비스의 질 저하가 사회적인 문제로 불거지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는 '요양병원 입원 진료 적정성 평가'를 2009년부터 시행하여 인력현황(의사 및 간호사 1인당 병상 수 등), 의료시설(병상당 병실 면적 등), 안전시설, 기타 진료시설 및 필요인력, 의료장비에 대한 기관별 보유 수준을 평가하고 요양병원에서 우선순위가 높은 영역인 환자의 신체적 기능 등에 대한 일상생활수행능력 등 10개 지표를 선정하여 1~5등급까지 등급을 매겨 평가한다.

그러나 지난 2012년도 요양병원 적정성 평가결과를 보면 1등급이 112곳(12.0%), 2등급이 184곳(19.6%), 3등급 251곳(26.8%), 4등급 239곳(25.5%), 5등급 123곳(13.1%)으로 나타났는데, 전체 하위 20%에 해당하는 병원들에 개선을 위한 어떤 지원도 없이 그저 패널티만 주고 있는 상황이다. 즉, 소방시설과 같은 세부적인 안전규정이나 요양병원 환자의 특수성은 무시된 채 위험한 상태로 운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지난 5월 화재가 나 21명이 사망하고 8명이 부상을 입은 장성 효실천나눔사랑 요양병원도 이미 심평원과 인증원 평가를 모두 통과하였다고 하니 이들의 조사 기준이 얼마나 형식적이며 부실하게 진행되었는지 알 만하다.

요양병원은 특히 우리사회에서 취약한 사람들이 있는 곳이다. 그래서 다른 곳보다 더 철저하게 안전관리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영리목적으로만 환자를 이용하기에 바쁘다 보니 환자들이 받는 의료의 질은 낮고 인권침해나 위험에 대비한 대책도 매우 미흡하다.

그래서 요양기관 간에 서로 환자를 주고받거나 유인·알선 등의 불법 행위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뿐만 아니라 신체 억제대 사용 및 환자의 의견을 묵살하고 방치하여 사망에 이르게 하는 등 인간의 존엄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인권 침해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과 무능한 감독기관에 의한 재난 관리 기능이 마비된 총체적 문제다. 인간의 생명과 안전이 돈보다 뒷전인 정부와 보건당국이 만들어 낸 참사다. 이후에도 요양병원을 관리 감독하는 보건소와 지자체의 안일한 태도가 개선되지 않고, 안전의 사각지대로 방치되고 있는 요양병원에 대한 관리감독이 강화되지 않는다면, 얼마 안 가 똑같은 참사가 일어날 수 있다.

이번 장성 요양병원 참사의 철저한 진상규명을 통해 요양병원 뿐만 아니라 모든 의료기관에 대해 정부당국이 직접 안전에 대해 철저하게 관리 감독해야 한다. 또 환자 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의료인력, 응급 상황이나 소화장비, 대피시설 등에 대한 법적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 사회적으로 취약한 환자의 안전과 의료의 질을 높이고 재발방지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만이 '사고공화국'이란 오명을 벗는 길일 것이다.

장기요양보험, 온 국민이 받을 서비스로 확대되어야

요양병원은 노인성질환이나 만성질환, 수술이나 상해 후 회복을 위해 주로 요양이 필요한 환자에게 치료 중심의 의료를 실시하는 곳이다. 치료가 중심이기 때문에 환자의 욕구에 의료적으로 적절히 대응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신체적, 정신적, 사회 심리적 기능을 최적으로 증진시키기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장기요양서비스는 예방에서부터 치료, 재활 등에 이르기까지 환자의 욕구에 맞는 포괄적이고 통합적인 치료를 지속하여 의료서비스의 질과 환자 만족을 동시에 높이는 수준 높은 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한다.

요양기관은 돌봄의 영역을 사회적으로 수행하는 곳이므로 공공서비스를 기반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시설은 안전하고 필요한 서비스를 다양하게 제공해야하며, 환자를 비롯 환자를 돌보는 노동자와 가족 모두가 편안한 곳이어야 한다. 환자의 치료 및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지속적인 돌봄 기능을 하는 곳이 요양병원이다. 그러나 이익 때문에 의료 서비스의 질, 인력기준, 시설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등의 안전불감증에 빠진 병원은 당국의 철저한 관리감독을 통해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

앞으로 장기요양서비스는 노인뿐만 아니라 육체적·정신적 문제나 일반적으로 장기간 동안 독립적으로 기능을 수행할 수 없는 사람들 전 연령층 모두가 받아야 되는 서비스로 확대되어야 한다. 환자들의 존엄과 안전이 우선이 요양병원이 우리 모두의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하다.
#건강세상네트워크 #요양병원 #화재참사 #세월호 #재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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