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둑외풀밭둑외풀이 뙤약볕에도 싱싱하게 꽃을 피우고 있다.
김민수
점심 반찬은 밭에서 딴 가지, 고추, 토종 오이와 막된장이다.
고추는 온 몸을 자극하면서도 적당히 맛나게 맵고, 지인에게 씨앗을 얻어 심은 토종오이는 꼭지부분의 씁쓰름한 맛이 일품이며, 보랏빛 가지는 부드러운 식감이 그만이다. 얼음물에 찬밥을 말아 후루룩 마시다 시피 두 그릇이나 비웠다.
뙤약볕에서 훅 달아올랐던 몸이 시원해 진다.
밥을 먹고나니 꾀가 생겨 아내에게 "이렇게 뙤약볕이면 밭일은 오후 2시부터 4시 사이는 절대로 안하는 거야. 더위 먹을 수가 있어"하며, 나무 그늘로 들어간다.
산들바람이 불어온다.
그 산들바람의 시원함을 느낄 자격이 있는 듯하여 뿌듯하다.
시원한 나무 그늘에서 누어 한 숨 자도 게으른 놈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을 것 같다. 그 뙤약볕에 가장 예의바른 행동 중 하나가 '시원한 나무그늘 아래서 산들바람을 쐬며 낮잠을 자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러다가 한 삼십 분 정도 까막득 잠이 들었다.
이런 행복을 아주 오랫동안 잊고 살았다. 그 행복을 저당잡히면서 돈을 많이 번 것도 아니다. 그래서 아예 놓아버리니 돈으로는 살 수 없는 행복을 피부로 느낀다. 그저 샐러리맨 생활을 하면서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며 억지로 땀을 흘릴 때에는 이런 느낌이 아니었다.
노동, 육체노동 뒤의 산들바람이 주는 느낌, 땀 흘려 본 사람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참 시원한데, 뭐라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7월의 첫날,
고구마 밭은 초라하지만, 뙤약볕에서 땀을 흘리며 땀방울보다도 많은 행복을 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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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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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바람 속에 낮잠, 이런 행복을 잊고 있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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