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신각 옆 바위에 올라가 법계사를 설명해 주시는 관해 스님
임윤수
필요한 최소한의 장비만을 옮겨 와, 산신할머니가 일러준 자리에 관정을 뚫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정말 깜짝 놀랄 만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전문가도 측정을 한 뒤 나올 물이 별로 없을 곳이라고 했던 그 자리에서 암반수가 콸콸 솟구쳐 올라와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매장량을 측정해 보니 하루 200톤이 넘는 물이 나오는 량이었습니다. 법계사를 목마르게 했던 물, 가뭄이 들거나 겨울이 되면 갈증을 참듯이 견뎌야 했던 물 문제는 이렇게 해결됐습니다. 참으로 고마운 일이었습니다.
하루 200톤을 쓸 수 있는 물량이면 조금 넉넉하게 써도 별 문제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요즘도 법계사를 찾아오는 모든 사람들에게 관해 스님이 유·무언으로 당부하는 첫 번째는 다름 아닌 물을 아껴 쓰라는 당부입니다. 물을 허비하거나 오염시키는 건 물에 대한 배은망덕이자 자신을 병들게 하는 어리석은 행동이라는 걸 강조하고 계십니다.
전기가 들어오고 물까지 넉넉하게 나오니 밑으로부터 올라오면 좋은 것들은 어느 정도 다 올라온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법계사가 가지고 있는 진짜 문제, 1500여 년 동안 해결되지 않고 있는 문제는 따로 있었습니다. 돈이 있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도 아니고, 권력이 있다고 해서 될 일도 아니니 스님께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기도뿐이었습니다.
갖지 말아야 할 것은 갖게 못하게 하는 것도 큰 가피 6월 28일 오후, 스님께서 따라주시는 차를 마시며 스님께서 법계사에서 생활한 10년 이야길 들었습니다.
한때는 너무 배고팠던 시절, 사회공부조차 제대로 시켜주지 못할 만큼 가난했던 부모님들을 원망하는 마음이 들었던 적도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그게 복이라 생각했답니다. 절에 다니는 사람들은 너나할 것 없이 가피(加被, 부처님이나 보살이 중생들에게 자비의 힘을 베풀어 이들을 보살피는 은혜)를 말합니다. 가피가 주어지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