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시에 들어서는 순례단세월호 '별들과의 동행' 순례단이 경기도 평택시 입구에 들어서고 있다.
강선일
그리고 우리는 하염없이 걸었다. 순례단은 서울과 수원을 잇는 경수산업도로에 들어섰다. 우리 바로 옆으로 온갖 승용차와 버스, 레미콘이 지나다녔다. 차량들이 지날 때마다 매캐한 먼지가 우리 눈, 코, 입으로 들어갔다. 잠시 넋 놓고 걷다, 옆으로 넘어지면 부딪칠 거리에서 버스가 지나가 번뜩 정신을 차린 일도 몇 번 있었다. 버스에 탄 승객들은 행진하는 우리에게 눈길을 아예 안 주거나, '뭐하는 사람들이야' 하는 눈길로 쳐다봤다.
1시간 정도 걷다 휴식을 취했다. 순례단의 행진은 1시간 정도 걷고 10~15분 쉬는 식으로 이뤄졌다. 한 번에 걷는 거리는 대략 4.2km 정도였다. 나도 원래 많이 걷는 편이라, 그때까진 그리 힘들지 않았다. 그때 순례단의 행진을 지도하던 사람이 말했다. 그는 같이 걷던 청년들에게 '목사님'이라 불렸다.
"아마 처음 걷는 분들은 장딴지가 많이 땡기실 거에요. 그리고 내일쯤부턴 슬슬 무릎도 땡길 수 있으니까, 몸 관리 잘 하시기 바랍니다."
오전 행진은 12시경에 마무리됐다. 우리가 멈춘 장소는 전철 1호선 오산대역-오산역 사이에 있는 오산시민회관 근처였다. 순례단은 이 무더운 날씨에도 멀고도 위험한 길을 무사히 지나온 자신들에게 힘찬 박수를 보내며 오전 일정을 매듭지었다.
근처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오산시민회관 안의 등나무 그늘에서 1시간 정도 쉬었다. 무덥고 쨍쨍한 날씨 때문인지 슬슬 잠이 왔다. 등나무 그늘의 나무의자에 잠깐 누웠더니 금방 잠이 왔다. 다른 순례단원들도 자거나 담소를 나누며 휴식을 취했다. 그런데 나와 함께 오늘 합류한 아저씨가 안 보인다. 약 30분 후, 그가 지원대 대원인 여성분과 함께 돗자리를 들고 왔다. 돗자리에 누워서 쉬게 하려고 근처 마트까지 갔다 왔다고 한다. 다들 쉬는데 그들만 제대로 못 쉰 듯해서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오후 행진을 하면서 그 아저씨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평범한 직장인으로, 중학생과 초등학생인 자식들을 두고 있었다. 그는 그날 아침에 합류해 그 다음 날인 29일 일요일 저녁까지 행진을 함께할 거라고 했다. 월요일 출근하는 데 지장이 없겠냐고 묻자 "전 원래 등산을 많이 다녀서 괜찮아요"라고 했다. 그는 사람들이 세월호 참사를 점점 잊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했다.
"세월호 참사가 점점 사람들에게 잊혀지는 건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