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레이서 겸 cargo 변정호 대표.
권우성
"보통 사람들은 레이싱 선수라고 하면 달리는 거 좋아해서 시합 나가는 줄 알아요. 빠르게 달리고 싶은 거라면 그냥 편하게 KTX를 타겠죠(웃음). 서킷에서 고속으로 레이싱을 할 때 느껴지는 상당한 중력감이 좋아요. 그 중력감을 이겨내면서 얼마나 머신(자동차)을 내 몸처럼 자유자재로 컨트롤(조종)하는가. 그 맛이죠."1위,1위,1위,2위,1위,2위,1위... 약속시간에 맞춰 2층 사무실에 들어서자 선반위에 빼곡히 쌓인 트로피들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국내 레이싱 대회에서 받아 온 것들이다.
선반 건너편에는 레이싱 게임용 운전석이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벽에는 서킷을 질주하는 자동차 사진이 빼곡하다. 창밖으로는 그의 레이싱용 자동차가 공중에 뜬 채로 엔진을 드러내고 있다. 2000cc부문 국내 정상급 드라이버 겸 미케닉(자동차 수리사)인 변정호 '카고(chago)' 대표의 방이다.
레이싱과 차 수리. 제대로 하려면 남들은 한 가지도 버거워하는 일들을 그는 15년 넘게 병행하고 있다. 좋아서 시작한 일이 이제는 생업이 됐다. 한 달 평균 100여 대의 차량이 그의 점포를 거쳐간다.
반복된 허리 수술로 몸 상태가 좋지 않지만 변 대표는 항상 수리점을 지킨다. 자신과 남이 탈 차를 최상의 상태로 준비시키기 위해서다. 기계에 대한 애정과 조종에 대한 열정이 그의 인생을 이렇게 만들었다. 기계가 뭐가 그렇게 좋냐고 물었더니 특유의 너털웃음과 함께 "기계는 거짓말을 전혀 못 하는데 그게 너무 매력적"이라는 답이 되돌아왔다.
"레이싱 첫 경험...여자와의 첫 키스 이상"카 레이싱이란 두 대 이상의 자동차가 일정한 규칙에 따라 경주를 하는 스포츠를 말한다. 골프, 축구와 함께 세계 3대 스포츠로 꼽히며 포장도로를 달리는 온로드 레이싱과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오프로드 레이싱으로 나뉜다. 온로드 레이싱의 최고봉은 세계 3대 스포츠 행사 중 하나인 포뮬러1(F1)이고 오프로드 레이싱 분야에서는 월드 랠리 챔피언십(WRC)이 가장 유명하다.
국내 첫 레이싱 대회는 지난 1987년 열렸던 진부령-용평 랠리경주 대회다. 이후 26년 동안 다양한 레이싱대회가 열렸지만 아직 대중화는 덜 됐다는 평가다. 대표적인 레이싱 대회로는 'CJ 슈퍼레이스', '코리아 스피드 페스티벌(KSF)', '코리아 스피드레이싱(KSR)'이 있다.
대회마다 기준이 다르지만 통상 출전자가 차종 선택이 가능한 경주는 자동차 엔진 배기량에 따라 6000cc급과 1600cc 급, 그리고 그 사이 등급으로 나뉜다.
변 대표는 이중 지난해 열린 넥센타이어 코리아 스피드레이싱 3000cc 클래스 종합 우승자다. 직접 개조한 2000cc짜리 아반떼XD 5도어(문이 5개)로 배기량이 더 높은 힘좋은 경쟁차량들을 제끼고 얻어낸 성적이다. 개조한 차량으로 서킷(경주용 도로)을 질주할 때 어떤 기분을 느꼈을까. 그는 "덥다"고 했다.
- 올해 나이가 38세인데 레이싱 경력이 18년이다."원래는 산악자전거를 탔었다. PC통신 시절에 나우누리 자전거 동호회인 '나우바이크'라는 곳에서 활동했는데 거기에 있었던 기아자동차 연구소 직원들과 친해지면서 스무살부터 레이싱에 발을 담그게 됐다."
- 계기가 독특하다. "연구소 직원들이 내가 자전거 타는 거 보고 재밌어했다. 경사가 45도가 넘는 길을 남들은 끌고내려가는데 난 자전거 타고내려가니까.(웃음) '간 튜닝'이 되어있는 상태(담력이 크다는 의미)라면서 '너 레이싱 해보지 않을래?' 묻더라. 그렇게 해서 타게 된게 기아 세피아였다."
- 처음 탔을 때 기분이 어땠나. "일단 신세계다. 개인적으로는 여자와의 첫키스 이상이었다. 속도보다는 온몸에 느껴지는 G포스(중력감)의 묘한 매력이 있다. 그걸 이기면서 차를 조종해야 하니까. 그리고 레이싱카는 운전석만 남기고 단열재 같은 걸 다 떼어내기 때문에 차 내부가 일단 엄청 덥다.
지난 14일 경주에서는 온도가 너무 올라서 차 내부에 불이 나기도 했다. 거기에 슈트입고 헬멧도 쓰니까. 남을 경주에서 이기는 것도 재밌지만 나하고 싸우는 즐거움도 있다."
"어렸을 적 부터 '기계 덕후'...내가 만든 기계 움직이면 희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