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옹벽을 시공할 때 물빠짐 구멍을 만듭니다. 그러지 않으면 그 견고한 옹벽도 터져 버립니다. 말도 안 되는 이런 낙서들도, 그냥 웃고 지나가 주세요. 옹벽에 내놓은 구멍이려니 생각하시면서.
김윤영
"가만히 있었으면, 아직도 학교는..."'범생이'들이 책상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사이에, 문제아들이 학교를 이만큼이라도 만들었다고들 합니다. "머리 1센티미터 더 길게 하는 사이에 문제아들이 얼마나 맞고, 치마 길이 1센티미터 짧게 하는 사이에 그 문제아들이 얼마나 쥐어뜯겼겠느냐"(김진섭, 여수고 2년)라면서요. 정말 그래요. 다들 가만히 있었으면, 아직도 학교는 단발머리에 까까머리였을 겁니다. 지금 괜찮은 거라면 그때도 괜찮았을 텐데, 왜들 그때는 그리 야단법석을 떨었을까요?
반티(반에서 단체로 맞추는 티셔츠)도 그렇습니다. 처음에는 체육대회 날 반을 구분하기 위해서 입기 시작한 반티가 어느덧 반 친구들을 하나로 모으게 됐어요. 진화한 거지요. 그래서인지 1학기의 반은 반티를 무엇으로 할지 고민하며 보내고, 나머지 반은 그 반티를 입고 서로 부대끼면서 보냅니다. 길거리 인터뷰를 해 보니, 학교에서 이렇게 된 게 한 10년 정도 됐더라고요. 이제 반티는 학교 문화의 일부입니다.
물론 반티 뒤에 쓰고 다니는 이니셜 중에 조금 껄끄러운 게 있긴 합니다. 박은옥(52세, 여서동)씨에 따르면 "부모 세대는 반티에 단합심을 보여줄 이니셜을 새기기 바랐지만, 자식들은 욕설이나 은어 등을 써 넣었다"라면서 우려를 보이기도 했어요.
야구 선수나 축구 선수, 연예인 이름을 새기는 것은 그래도 넘어갈 수 있는데…. 가끔 거친 비어나 은어가 보이면 좀 그렇습니다. 하지만 학교라는 답답한 공간에서 그 정도는 웃어넘길 수 있는 것 아닐까요? 무조건 '금지'까지 할 것은 아니지 않을까요?
"가만히 있으라고, 가만히 있으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