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재단 등 일부 보수단체가 28일 오후 대구2.28기념공원에서 퀴어축제를 방해하기 위해 기도회를 열고 있다.
조정훈
[최종신: 28일 오후 9시 34분]보수 기독교단체 회원들 한때 도로 점거당초 큰 충돌로 불상사를 우려했던 대구퀴어문화축제가 보수 기독교단체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큰 불상사 없이 끝이 났다.
대구퀴어축제는 대구뿐 아니라 서울과 부산, 대전 등에서 온 약 350여 명의 성소수자들과 시민단체 회원 등이 참가한 가운데 오후 2시부터 동성애단체와 시민단체의 부스행사를 시작으로 공연과 춤이 어우러진 메인행사와 거리행진으로 이어졌다.
이날 참가자들은 무대공연에서 춤과 노래가 이어지자 노래를 따라부르고 춤을 추며 축제를 즐겼다. 성소수자들은 팔과 어깨, 목 등에 '레즈비언', '게이', '동성애' 등의 스템프를 찍기도 하고 스티커를 붙였다. 장애인단체 회원들도 이들과 함께 행사에 참여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위 대구인권위원장인 조규천 목사는 "2002년 한국에서 월드컵 경기가 열렸을 때 붉은악마를 뜻하는 '레드 데블스(Red Devils)'라는 말을 악마라며 쓰지 못하도록 하는 운동을 벌엿다"며 "하지만 지금은 누구나 쓰는 말이 되었다"고 말했다.
조 목사는 "김구 선생은 우리나라가 경제강국이나 군사력 강국이 아닌 문화강국이 되길 원했다"며 "남의 문화를 이해하는 포용력을 가져야 문화선진국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하고 보수기독교단체의 행동을 비판했다.
강경진 서울퀴어축제 조직위원장은 "사랑의 다름은 혐오의 대상이 아니라 존중받아야 한다"며 "우리도 마땅히 존중받아야 할 사람들이다. 즐거운 축제를 즐기자"고 말했다.
레즈비언과 게이, 양성애, 성전환자(LGBT) 회원들로 구성된 협회인 아라미스 회원들은 "LGBT와 이성애자는 동등해요", "성소수자를 지지합니다" 등의 피켓을 들고 참가자들과 프리허그를 벌이기도 했다.
퀴어축제 참가자들은 오후 5시 40분경부터 2.28기념공원에서 공평네거리를 지나 봉산육거리와 대구백화점을 거쳐 다시 2.28기념공원까지 돌아오는 약 2km의 거리행진을 시작했다. 하지만 보수 기독교단체 회원들이 도로를 점거하면서 행진이 20여분간 지체됐다.
기독교단체 청년들은 2.28기념공원 앞 도로에서 차량을 막고 행진을 방해했다. 결국 경찰들이 나서 이들을 강제로 끌어내고 행사 참가자들과 기독교인들 사이를 경찰병력을 동원해 막은 이후에야 행진이 진행될 수 있었다.
행진이 진행되면서 참가자들은 춤을 추기도 하고 피켓을 들고 환호하기도 했다. 자신을 게이라고 밝힌 한 음악가는 스스로 행진트럭에 올라 노래를 부르며 참가자들의 흥을 돋우기도 했다.
기독교단체 청년들은 행진을 막지 못하자 봉산육거리에서 통신골목을 거쳐 대구백화점 사이에 이르는 길목으로 이동해 퀴어축제 참가자들의 행진을 막았다. 이들은 도로에 꿇어앉아 기도를 하거나 눈물을 흘리며 울부짖었다.
청년들은 또 서로 팔짱을 끼고 인간띠를 만들어 바닥에 주저앉아 차량의 진행을 막았다. 경찰은 "허가된 집회를 막고 있다"며 "강제로 해산할 수 있다"고 경고방송을 했지만 끌어내지는 않았다.
퀴어축제 참가자들은 행진이 막히자 뒤로 돌아 골목길로 들어서 다시 2.28기념공원 쪽으로 향했다. 이들은 결국 2.28기념공원을 100미터 앞둔 골목 사거리에서 마지막 행사를 하고 6시 40분쯤 행진을 마무리했다.
퀴어축제가 진행되는 동안 2.28기념공원 한쪽에서는 300여 명의 보수기독교단체 신도들이 모여 퀴어축제 행사가 진행되지 못하도록 도와달라고 기도했다. 임요한 목사가 이끄는 '예수재단' 회원들과 국채보상기념공원에서 예배를 드리던 대구기독교총연합회 신도들은 통성기도를 하기도 하고 찬송가를 불렀다. 한 기독교 신도는 무릅을 꿇고 두 손을 모은 뒤 엎드리며 "주여 저들을 용서하소서"라며 울부짖었다.
대구경북역사문화운동본부 회장인 류정현 목사는 "대구는 대한민국을 지킨 제2의 예루살렘"이라며 "호국의 상징인 대구에서 동성애자들의 축제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류 목사는 퀴어축제 참가자들을 향해 "강도보다 더하다, 나라를 망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구백화점 앞에서도 퀴어축제 참가자들의 행진을 저지하기 위한 기독교단체 신도들의 행사가 이어졌다. 보수기독교단체인 '건강한 사회모임' 주최로 열린 '건강하고 바른사회를 위한 한가족 음악회'에는 400여 명이 모여 찬송과 복음성가 등을 부르며 퀴어축제를 비난했다.
퀴어축제를 지켜본 아일랜드에서 온 페렐(28)씨는 "퀴어축제에 동의하지 않지만 내가 소수자가 되었을 때 그들로부터 지지를 받을 수 있고 나도 그들을 지지할 수 있다"며 "한국에서도 이런 행사가 있다는 게 놀랍다"고 말했다.
대구시민들의 반응도 다양했다. 일부 시민은 "이제까지 5회동안 열린 퀴어축제가 아무런 관심을 받지 못했다"면서 "괜히 기독교계가 나서 긁어부스럼을 만들고 행사를 홍보해준 꼴이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행사의 다양성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대학교에 다닌다는 김아무개(26)씨는 "대구에서 이런 행사가 열린다니 놀랍다"면서 "대구가 보수적인 도시이지만 행사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문화도시로 거듭났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1000여 명의 경력을 동원해 충돌을 막은 경찰은 이날 행사가 큰 불상사가 나지 않고 마무리된 것에 대해 안도했다. 하지만 행사를 방해한 일부 기독교인들에 대해서는 사법처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퀴어축제 참가자들의 행진을 방해한 일부 기독교단체 신도들에 대해 채증을 했다"며 "집시법 위반으로 출석요구서를 보내고 입건해 사법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신: 28일 오전 11시 30분]보수단체 '예수축제'로 맞불대구퀴어문화축제가 28일 오후 2시부터 2·28기념공원 중앙무대에서 부스행사를 시작으로 시작된 가운데 일부 기독교단체들과 보수단체 회원들도 퀴어축제 행사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종교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퀴어문화축제조직위는 오후 2시부터 행사부스에서 에이즈 예방에 대한 홍보와 동성애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는 것을 시작으로 행사를 진행했다. 일부 참가자들은 성적소수자들을 지지한다는 피켓을 들기도 했다.
퀴어축제 참가자들 중에는 동성들끼리 손을 잡기도 하고 서로 포옹을 하는 이들도 있었다. 대구에서 열린 이날 행사에는 서울과 부산에서도 '퀴어버스'를 통해 200여 명이 함께 했다. 퀴어축제 전체 참가자는 350여 명 정도이다. 퀴어축제 행사장에서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서명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