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는 일본의 중요도가 낮아진데 비해 중국의 비중은 굉장히 커졌다. 박근혜 정부는 일본을 배제하고서라도 한미중 3자 관계를 만들려는 생각이 있는 것 같다."
권우성
- 일본은 이번에 외교 당국자간에 오간 비공식 대화까지 공개해 버렸다."보통은 30년 뒤에 공개하는데, 이번에 21년 만에 공개했다. 대단히 이례적이다. 그만큼 일본 정부의지가 강한 것이다. 역사 교과서 내용도 개악됐지만 10년마다 하던 검정을 6년으로 앞당겼다.
아베 정부는 2012년 12월 2차 집권 이후 교과서 왜곡, 집단적 자위권 추진, 내각 안에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와 독도 문제를 담당하는 영토주권대책실 설치, 고노 담화 검증 등 우리와 중국이 대응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일본 의회에는 한국과 중국이 매우 가까워졌으며, 이렇게 계속 가면 한국은 과거 근대 이전의 중화질서로 회귀할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반면 우리에게는 일본의 중요도가 낮아진데 비해 중국의 비중은 굉장히 커졌다. 박근혜 정부는 일본을 배제하고서라도 한미중 3자 관계를 만들려는 생각이 있는 것 같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취임 후 행사장에서 만나는 정도 외에는 한 번도 주한 일본 대사를 만난 적이 없다."
- 외교부는 주한 일본 대사는 장관이 아니라 1차관이 파트너라고 한다. "급으로 따지는 것 같은데, 이전에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아베 정권의 우경화 때문에 거리를 두고 있는 것인데, 미국, 중국, 일본 대사는 자주 만나야 한다. 연구자인 저도 일본 대사를 몇 차례 만났다. 문제는 우리가 일본을 빼고 한미중 3자관계를 추동할 힘이 있느냐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노무현 정부때 균형자론과 비슷하게, 미중 사이에서 우리가 균형잡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현재 우리 국력으로는 이게 어렵다. 그래서 남북관계, 한일 관계를 좋게 가져가면서 다양한 카드를 가져야 한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일본, 북한과는 대화를 하지 않고 있다."
"아베, 재선 가능성 높아... 박 대통령 임기와 함께 가는 것"- 우경화 행보가 아베 정권의 지지도에는 도움이 되는 것 아닌가."우경화에는 아베 총리의 개인적인 정체성이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 정치인으로서의 자기 소명으로 보는 것이다. 지지도 부양에도 도움이 된다. 민주당은 사실상 붕괴했기 때문에 유신회 같은 우파와의 연대 공간이 넓어져 있다. 아베 정부는 고노 담화가 한일간의 정치적 타협의 산물이라는 입장이지만, 실제는 아베 정권과 일본 우익들간의 정치적 타협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말로는 승계한다고 했지만 실제는 내부 압력과 타협한 것이다.
내년 가을에 자민당 총재 선거가 있는데, 현재로써는 아베의 재선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2018년까지 집권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 임기와 함께 가는 것이다. 현재 지지도가 45%수준인데, '아베노믹스'에 따라 소비세를 8%로 인상한 뒤 지지도가 떨어질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래도 버티고 있다. 집단적 자위권 추진으로 지지도가 떨어지기는 했는데, 아베를 대체할 만한 차기 주자들이 보이지 않는다."
- '무라야마 담화'도 흔들리게 되는 것 아닌가."아베 정권은 2차 대전 종전 70주년인 내년 8월 15일에 전후체제 탈피를 핵심으로 하는 '아베 담화'발표를 준비하고 있다. 고노 담화와 함께 무라야마 담화도 무력화할 가능성이 높다. 고노 담화 검증은 거기로 가는 중간단계로 보인다."
- 아베 총리는 그간의 반북적인 행보와는 달리 북한과 '납치문제 재조사-독자제재 해제'에 합의했다. "아베 총리로서는 북한과의 관계 개선은 외교적 고립을 탈피하는 데 좋은 카드다. 그리고 2002년 고이즈미 총리 방북 때 수행하면서 자신의 인지도가 급상승한 기억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만약 납치자 몇 명이라도 송환한다면 아베로서는 굉장한 성과가 될 것이다."
- 실제 성과를 내기는 굉장히 어려울 것 같다. "일본은 납치자 규모를 200~300명 수준으로 보고 있는데 반해 북한은 납치자는 13명뿐이고 이중 5명이 생존해 있다는 말한다. 납치자의 상징처럼 돼 있는 요코다 메구미 생존여부도 가려야 하는데, 이게 굉장히 어렵다. 또 납치 문제를 조사하다 보면 납치 상황 등과 관련해 끔찍한 얘기가 계속 나오면서 북한 입장이 어려워 질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더 큰 차원에서 보면 납치자 문제를 통한 북일 수교도 어려운 얘기다. 일본은 핵문제와 납치자문제 해결을 수교 전제조건으로 제시해 왔는데 둘 다 굉장히 어려운 사안이다. 또 북한과 수교하면 일본이 100억불 이상 지원하게 될 텐데, 북미 관계, 남북관계가 악화된 상태에서는 미국과 한국 모두 반대하게 될 것이다."
"남북관계, 한일관계 파탄으로 한계 도달... 새로운 구상 나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