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싱잉인더레인'에서 '캐시' 역을 맡은 방진의가 댄스 장면을 소화하고 있다.
(주)랑
유성영화의 시대를 맞이한 그 당시의 할리우드 풍경을 보는 것도 꽤 흥미롭다. 오디오와 화면이 맞지 않아 대사가 엉망이 되어버리거나, 마이크와 멀어져 대사가 들리지 않는 등의 에피소드는 경쾌하고 명랑한 템포로 웃음을 이끌어낸다. 흑백 사진 속 오래된 옛 부모님의 추억을 보는 듯 사랑스러운 상황 매칭도 쾌활하다.
뮤지컬 '싱잉인더레인'은 유독 명장면이 많다. '코스모'의 솔로곡인 'Make'em Laugh'는 각종 슬랩스틱 연기가 틈 없이 이어진다. 춤, 마임, 노래가 기계처럼 딱딱 맞물리는 재미가 쏠쏠하다. 마치 보드빌(노래, 춤, 촌극 등을 엮은 가벼운 뮤지컬) 무대를 옮겨 놓은 듯 흥을 돋아 박수가 절로 터진다. 'Good Morning'은 '캐시', '돈', '코스모' 세 사람이 '리나'가 망쳐놓은 유성영화를 뮤지컬로 되살려 보기로 결심하며 부르는 노래다. 상쾌 경쾌한 리듬에 맞춰 세 사람이 펼치는 탭댄스가 압권이다.
1막 마지막을 장식하는 'Singing in the rain'은 영화의 한 장면을 통째로 옮겨놓은 듯하다. 무대 위로 쏟아지는 1만 5천 리터의 물이 만들어내는 미장센은 말할 것도 없다. 온몸으로 물줄기를 맞으며 춤추고 노래하는 '돈'의 설렘은 객석까지 침범하고, 1~2열에서 우비를 입고 박수를 치는 객석에선 천진한 웃음이 잇달아 터져 나온다. 익숙한 장면과 멜로디가 주는 즐거움은 무대에 내린 비를 객석까지 차올리는 짓궂은 배우의 장난에도 마음을 너그럽게 만든다.
음악은 우아함과 고전적인 선율의 매혹을 잃지 않았다. 뮤지컬 '싱잉인더레인'은 고유의 작품이 갖고 있는 유려한 멜로디는 남겨두고, 적당량의 기타, 일렉 베이스 등의 악기를 첨가해 대중적인 편곡을 시도했다. 도를 넘지 않은 편곡은 작품의 오래된 결을 현대적으로 살려내는 데 일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