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6일 오전 제주도 수학여행길에 오른 안산 단원고 학생을 비롯한 459명을 태운 여객선 '세월호'가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20km 해상에서 침몰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해양경찰청이 공개한 구조작업 모습이다.
해양경찰청 제공
2014년 4월 16일. 답답한 학교를 벗어나 들뜬 마음으로 수학여행 길에 오른 고등학생들을 태운 배가 침몰했습니다. 하지만 얼마 후 '탑승자 전원 구조'라는 언론보도에 그나마 다행이라고 마음을 쓸어내리며 출근을 했습니다.
그러나 시간마다 바뀌는 언론보도를 보며 '설마 아니겠지, 아닐 거야, TV로 중계까지 하며 대한민국 국민이 다 지켜보고 있는데', 설마 설마하면서 한시도 인터넷 보도에서 눈을 뗄 수 없었습니다.
신을 믿지도 않으면서 하느님, 부처님, 성모 마리아님을 찾으며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내가 보고 있는 이 장면이 누군가의 마지막이 되질 않길 간절히 바랐습니다. 하지만 전 참혹한 현장의 목격자가 되었습니다.
세월호 참사, 벌써 두 달이 지났습니다 제대로 꽃도 피워보지 못한 단원고 학생들이 죽었습니다. 제2의 인생을 꿈꾸며 귀농하던 가족들이 죽었습니다. 초등학교 동창생들과 꽃구경 가던 우리네 부모님들이 죽었고, 단 한명이라도 더 살리려고 본인의 구명조끼를 벗어준 노동자도 죽었습니다. '가만히 있으라'는 선내 방송을 따랐던 수많은 사람들이 바다 속으로 사라져 버렸습니다.
'가만히 있으라.' 그 말이 귓가에서 떠나질 않습니다. 해경이 도착했다며 구조될 거란 희망을 품었던 18살 단원고 학생들이 비참하고 참혹하게 수장되어 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는 죄책감으로 눈물만 흐릅니다. 마지막 순간에도 친구들을 걱정하고, 선생님을 걱정하던 그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모습이 자꾸 떠올라 하염없이 눈물만 흐릅니다.
아내를 구하지 못하고 혼자 살아남은 남편이 진도체육관 한구석에서 죄인처럼 앉아 있는 모습과, '우리 사위, 손자 좀 찾아달라'는 손팻말을 들고 다니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도대체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겠다던 국가는 어디에 있는 것인지, 화가 납니다. 함께 배를 탔지만 학생들을 더 구하지 못했다며 눈물 흘리는 생존자의 모습을 보며 무능한 재난시스템에 화가 치밀어 오릅니다.
왜 이들이 죄인이고, 왜 이들이 애원해야 합니까?
살릴 수 있었음에도 살리지 못한 무능한 정부가 죄인이고, 구조하겠다는 민간 잠수부들을 막아섰던 해경이 죄인 아닙니까? 그런 급박한 순간에도 세월호 구조자들의 응급진료를 위해 마련된 장소에서 사발면을 올려놓고 먹는 고위 공직자가 죄인이고, 부모형제를 모두 잃은 아이와 사진을 찍던 국가 최고책임자가 죄인이거늘, 왜 산 자들이, 가족을 잃은 이들이 체육관 바닥에 무릎 꿇고 애원해야 하는지 가슴이 찢어지는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두 달이 넘게 지나고 있습니다. 아직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12명의 실종자가 있지만 언론에서는 월드컵 중계만을 하며 세월호를 잊으라 합니다. 진도 팽목항에는 아직까지 사랑하는 가족을 애타게 기다리는 실종자 가족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날 극적으로 살아 돌아온 생존자들은 잊을 수 없는 그날의 충격으로 심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책임져야 할 자들이 책임지지 않고 그날의 기억을 덮으려고만 하는 파렴치한 정권을 향해 이 참혹한 참사의 수많은 목격자들이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외치며 거리로 나왔습니다. 잊지 말아 달라고 절규하는 유가족들도 거리로 나왔습니다.
국민 목소리 듣지 않는 정부는 더 이상 정부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