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2일 대법원 패소 후
최문선
24일 동안 진행된 콜트-콜텍 해고자들의 노숙 1인시위는 6월 12일 대법원이 콜텍 해고자들의 패소를 확정하며 끝났다. 24일 동안, 24시간 동안 햇볕과 비를 번갈아 쬐고 맞으며 해고자들은 희망이 무너질 거라는 예감을 하고, 그러면서도 종종 기적을 바랐다.
검게 그을린 피부, 얼굴과 팔뚝 군데군데 화상의 흔적으로 일어나는 각질들, 없던 무좀이 생기고, 마르고…. 실천이 남긴 결과는 임재춘 조합원(금속노조 콜텍지회)이 말하듯, 법복 입은 사람들에게 예쁜 장미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봉고차 가득 시위용품들을 챙겨 담아 인천 농성장으로 돌아온 6월 12일, 많은 사람들이 걱정했고, 응원의 메시지들이 SNS로 가득 가득 전달되었다. "자고 일어났더니 메시지가 90개가 넘게 도착했네"라며 때 아닌 '자랑질'을 하기도 하는 콜텍의 김경봉 조합원. "나 대전 가서 글 많이 쓸게"라며, 딸내미들 보러가는 길에 <오마이뉴스> 연재글에 대한 각오를 밝히는 임재춘 조합원.
한 달 가까이 방치되어 음식물이 푹푹 썩고 있는 아이스박스를 말끔히 청소한 콜텍 이인근 지회장. 지난 1월 10일 서울고법에서 패소 판결을 받았을 때와는 어딘가 모르게 다른 모습들이 농성장에서 발견된다. 울거나 원망하거나 때려치우겠다는 말 대신, 그때보다 더 빨리 천막 농성장의 일상을 되찾고 있다. 법원에 호소할 수 있는 기회는 다 사라졌는데…. 이 또한 절규일까?
콜텍 정리해고 무효 소송이 모두 끝난 후 해고자들은 '콜트-콜텍 기타노동자와 함께 하는 공동행동'을 중심으로 향후 농성의 방향을 논의 중이다. 그리고 그런 와중에 금속노조 콜트지회는 6월 19일 서울고법에서 마찬가지로 패소했다. 분명 암울한 현실이다. 이동호 콜트지회 노조 사무장은 이런 말을 했다.
"판사고 박영호(사장)고 더럽고 치사하고, 그래 힘들어. 집에 들어가서 부모님 볼 낯도 없고, 이제 무슨 말로 설득해야 하나 사실 막막해. 근데, 난 끝까지 해보고 싶어. 좋든 싫든, 콜트(지회)와 콜텍(지회)이 뜻만 잘 맞춰가면 끝까지 가보고 싶은 게 내 심정이야. 그러려면 어떻게든 더 많이 이야기하고, 서로 더 이해해야 해." 패소 이후 조금씩 온도의 차이는 있으나, 확실히 이런 모습은 절규라고 할 수 없다. '혹시 법이 우리의 편을, 우리처럼 작은 사업장 해고자들의 이야기도 들어주지 않을까' 하는 '미련'이란 찌꺼기를 게워낸 후의 모습이라고 해야 할 듯싶다. 허탈하지만 허무하지만은 않은 해고자들.
"8년이란 세월 동안 넌 참 많이 늙었구나. 그땐 젊었는데, 어느새 그렇게 늙었니?""넌 뭐 다르냐?"지난 8년의 날들을 중간 중간 기록한 영상들을 재생하다, 인터넷에 떠도는 서로의 지난 시절 얼굴들을 발견할 때마다 오고 간 이 대화의 끝을 상상해본다.
"우리는 곱게 늙어왔구나. 아등바등, 내 것만 챙기지 않고 둘러보며 살아왔구나. 그래서 너는 여전히 곱고 젊구나."뭐 그런 오글거리는 말들이 오고갈 수 있는 날들을 바란다. 또 다른 시작을 준비하는 이 시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