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YWCA 한윤덕 소장그는 호방했다. 그리고 진지했다. 두 번이나 찾아가서 이런저런 얘기를 물어봐도 한결같았다. 참 좋으신 분!
방현유
"성별 차이보다 개인 차이로 보아야죠"여수YWCA 한윤덕 소장님을 만나러 갔다. 짧은 커트 머리와 깔끔한 정장 차림으로 우리를 반겼다. 선한 눈매와 환한 미소가 엄마처럼 편안했다. 가끔 농담으로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며 진지하게 답변해 주셨다. 오랜만에 학생들을 만나 기쁘다며 행복해하시는 모습에 우리까지 덩달아 뿌듯해졌다.
- 남자들은 왜 하나같이 축구공만 주면 미쳐 버릴까요? 남자들이 축구를 좋아하는 것은 생물학적인 본능이라는 얘기도 있던데요."하하. 먼저 바로잡을 게 있어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모든 남자들'이 아닌 '대부분의 남자', 이래야 되죠? '어떤 남자들'은 축구 싫어하거든요. 이에 비해, 축구 좋아하는 여자들도 꽤 있어요. 물론 남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지만 말이죠. 문제는 모든 것을 남녀의 성별 차이로 돌리지 말고 한 사람 한 사람의 개인차로 봐야 한다는 거죠. 남자가 축구를 좋아하는 것을 생물학적인 본능이라는 얘기도 그래서 위험해요."
- 옛날부터 남자들이 목표물을 쫓아서 사냥을 했고, 그러는 동안 여자들은 집안에서 남자들을 기다렸다. 이런 생활 습관이 몸에 배서 남자는 축구를 좋아하고 여자는 축구선수를 좋아하는 행동 양식으로 나타났다고 하던데요."공부 많이 했네요.(웃음) 남자와 여자가 서로 다른 부분이 분명히 있어요. 남자는 여자보다 운동신경이 발달해 있고, 남자가 여자보다 공격성이 강하기도 하고요. 남녀의 신체 구조라든지 호르몬이 서로 다른 것도 사실이에요. 그래서 남자들은 공격적인 축구를 좋아하는지도 모르죠. 이에 비해, 여자는 관계적인 것을 좋아한다고 하죠. 연예인에게 관심을 표하는 것은 관계를 맺는 행위죠. 그들을 '오빠'라는 부르는 것은 그런 관계맺음의 한 표현이기도 하고요. 그러다 보니 연예인도 좋아하고, 축구선수도 좋아하고, 그럴 거예요."
- 축구를 '남자의 전유물'로 여기는 것은 문제가 있어요. 하지만, 여자가 축구를 하면 '무슨 여자가 축구를 하냐?'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잖아요?"맞아요. 성차별은 그런 편견에 의해 생기죠. 박은선 선수 아시죠? 아주 멋진 스트라이커 아닙니까? 남자이지만 여성성이 강한 이가 있을 수 있듯이, 여자이지만 남성성이 강한 이도 있을 수 있거든요. 그런데 우리는 가슴이 이렇게 나오고 몸은 조금 가늘어야 여자답다는 그런 생각이 젖어 있어요. 고정 관념에 사로잡혀 있다는 말이죠. 그 경계를 허물어야 해요."
- 그렇다고 모두가 덩달아서 축구를 좋아하는 것이, 해결책은 아니잖아요? "바로 그 점이에요. 다름을 인정하고서부터 시작되는 게 양성 평등이거든요. 이게 아주 잘못되면 '여자도 군대 가야 돼!' '그럼 남자도 애를 놓아!' 이런 막무가내 말싸움이 되거든요. 일반적으로 남자는 여자보다 힘이 세요. 그렇다고 여기 있는 여학생들, 무조건 자기가 할 수 있는 것도 남자보고 하라는 건 옳지 않아요. 여자도 힘이 세면 100kg을 들고 남자도 힘이 약하면 60kg을 들게 하는 것, 그것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는 사회, 그게 이상적인 모습이에요."
- 축구 이야기를 하다가 양성 평등으로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는데, 들려주고 싶은 말씀이 더 있으시죠?"많죠.(웃음) 요즘 군대 이야기 많이 하잖아요. 저도 아들 둘을 현역으로 군대 보냈어요. 그래서 그 심정 누구보다 잘 알아요. 제대할 때까지 하루하루가 긴장되더라고요. 그렇지만 군대 가산점에 찬성할 수는 없어요. 우리 큰애도 '아, 여자들은 벌써 취직해서 몇 년차인데 자기는 이제 제대해 가지고 어쩐다'는 등의 불만을 얘기해요. 하지만 전체적인 것을 보면 그렇지 않아요.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양성평등까지 가려면 멀었거든요. 그래서 젊은 친구들이 협력자가 되어 같이 가야 해요. 이게 모두를 위한 거니까. 양성평등은 결국 남성을 위한 것이기도 하거든요? 동의하시죠?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