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원사 풍경.
장유근
생전 이런 사찰을 본 건 처음이었다. 도시에 나가면 얼마든지 볼 수 있는 식재료들이 선원사 공양간 곁에서 쓸모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인 데 이 물건들은 둘도 없이 소중한 운천 스님의 보물이자 세상을 환하게 만드는 '나눔의 미학'이 깃든 식품들이었다. 속가를 떠난 스님이 굳이 욕심을 드러낸 건 이웃을 향한 사랑이었는데 당신은 절에서 가만히 앉아 보시를 받는 게 아니라 세상 사람들을 향한 (짜장면)보시를 행하는 스님이었다. 따라서 스님에게 붙은 대명사는 '짜장'이었다. 이름도 별난 짜장 스님!!
짜장 스님을 따라 선원사 요사체로 향하는동안 눈에 띈 장면을 카메라에 담으면서 별난 장면 두개를 동시에 볼 수 있었다. 어느덧 5년동안 짜장면 무료봉사를 해온 선원사 주지 짜장 스님을 둔 선원사 경내의 남다른 풍경이 그것이다. 대웅전과 약사전 뒤에 모아 둔 식재료와 함께 공양간의 풍경은 마치 커다란 중국집 주방을 연상시킬 정도로 온통 짜장면 만드는 집기들 천지였다.
"이건요. 그릇하고 솥 전부 이번에 새로 들여놓은 겁니다." 스님은 공양간에 쌓아둔 집기를 가리키며 아이들처럼 좋아했다. 좀 더 까칠하게 스님의 표정을 설명하면 '돈도 안 되는' 짜장면 봉사에 미친 스님이었다. 1년 내내 거의 쉼 없이 계속되는 봉사에 지칠만도 한데 당신을 힘들게 하는 봉사를 매우 즐겁게 한 탓인지, 당신의 얼굴에는 지친기색이 전혀 안 보이고 생기가 철철 넘쳐흐르는 것이다. 아마도 짜장 스님에게 '짜장면 봉사를 하지말라'고 하면, 그는 세상 사는 맛 전부를 잃은 것처럼 슬퍼할 정도로 이웃사랑에 집착(?)하고 있는 보기드문 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