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어 수업 시간!
Johnnie
나는 벼락치기에 너무나도 익숙한 학생이었다. 시험이 끝나는 그 순간부터 "홀라리햐~ 오늘은 날씨가 좋아서, 오늘은 구름이 예뻐서, 오늘은 그냥!"이라는 다양한 핑계로 다음 시험이 돌아오기 전까지 즐거운 삶을 살았다.
그러다가 다시 시험기간이 되면 "그래! 나의 본분은 학생! 밤새워 공부하겠어!"라고 하면서 에너지 음료수를 마셔대고 뜬 눈으로 도서관에서 밤을 새우며 공부했다. 그것도 공부라고 시험이 끝나고 나면 나름 뿌듯해 했다. 옳은 방법은 아니지만, 이것이 내 공부 방식이었고 적지 않은 학생에게 익숙한 공부 스타일이라고 생각한다.
예습이 없으면 토론도 없다하지만 벼락치기가 전혀 통하지 않는 대학이 있다. 바로 세인트 존스 대학이다. 왜 벼락치기가 통하지 않을까? 이유는 너무나 간단하다. 세인트 존스에는 시험이 없기 때문이다. 시험이 없다니. 매 학기 중간, 기말시험을 봐야 하는 대학생에겐 이 무슨 행복한 이야기인가? 하지만 무작정 부러워 할 일이 아니다. 세인트존스 대학에는 벼락치기의 고통은 없을지라도 '절대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지리한 장마'의 고통이 있기 때문이다.
이 장마의 고통은 무엇인가? 이를 알기 위해선 우선 두 가지 다른 수업 방식 즉, '강의식 수업'과 '토론식 수업'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강의는 강의, 토론은 토론 아닌가?'라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이 다른 두 가지 수업 방식은 학생에게 여러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첫 번째는 '학생들의 수업 준비', 두 번째는 '수업 시간에 학생들의 역할' 그리고 최종적으로 '학생들의 배움'에 있어서까지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순서대로 살펴보자. 먼저 '학생들의 수업 준비'에 있어서 강의식 수업은 나를 포함해 이미 초등학교 때부터 강의, 주입식 수업을 들으며 자란 많은 학생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준비? 안 한다! (하하)" 사실 강의식 수업은 예습이 완전히 필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예습을 해 놓으면 안 하고 온 친구들보다 머리 회전이 빨라 더 깊이 있는 질문을 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어 요즘에는 선행학습을 많이 한다. 하지만, 만약 하지 않고 수업에 간다고 해도 더 앞서지 못할 뿐이지 배우는 데 큰 지장이 없다. 수업을 듣고 난 후에 스스로 공부하면서 배움을 얻을 수 있는 게 강의식 공부법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토론식 수업 준비는 어떨까? 토론 수업에선, 예습이 필수다.
"필수고 필수고 필수다(중요하니 반복!)." 예습이 없으면 수업도 없다. 토론에도 많은 종류가 있지만, 중·고등학교 때 수행평가로 한 번씩은 해 본 찬반 토론 같은 경우를 생각해 봐도 이 예는 쉽게 알 수 있다. 주제에 대해 찬성·반대로 나뉘어서 그에 대한 정보들을 읽고 자기 생각을 정리하고 와야지 토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간혹 토론 수업임에도 준비를 안 해도 되는 때가 있다. 내 경우는 세인트 존스에서의 4학년 랭귀지 수업이 그랬다. 포크너, 버지니아 울프 등의 책을 읽었는데, 책의 일정 부분을 수업 시간에 같이 읽고 드는 느낌들을 즉석에서 이야기 하는 식으로 수업이 진행됐었다. 미리 읽어 오지 않았기 때문에 더 생생한 아이디어, 표현들이 나올 수 있었고 그랬기 때문에 튜터(교수)께서는 학생들이 일부러 예습하지 않고 오길 바라셨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특별한 경우이고, 보통은 토론 수업을 하기 위해선 예습이 필수다. 따라서 강의 수업에서 준비를 안 해가는 것을, 사용법을 모르는 군인이 총을 가지고 전쟁터로 나가서 현장에서 사용법을 배우고 총을 쏴 보기 시작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그렇다면 토론 수업 준비를 안 해가는 것은, 군인이 총도 없이 전쟁터에 나가는 것과 다름이 없다. 총도 없이 전쟁터로 나간 군인은 어떻게 될까? 아니면 총이 있긴 하지만, 사용법은 모른 채 전쟁터로 나간 군인은 어떻게 될까? 그게 바로 두 번째 차이점, '수업시간에 학생들의 역할'에서 보인다.
총을 들고 탭댄스를 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