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으로 망가져 가는 이웃사촌들

등록 2014.06.17 17:08수정 2014.06.17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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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오지 않던 문자와 팝업창이 스마트폰에 가끔 뜬다. 공짜로 적립을 해주니 이것으로 보내는 홈피주소를 클릭해서 선물도 받아가고 재미있고 신나는 게임도 하라는 낚시 문자이다.


이 문자메시지를 딸에게 보여주니 이 문자에 낚여  스마트폰으로도 가능한 도박에 접근하게 된다고 절대로 클릭하지 말라고 한다. 몇 개월 전 우리 지역에는 고속터미널근처에 화상경마장이 들어오는 것을 시민단체와 시민들이 합심해서 결사적으로 막았던 일이 있었다.

인기연예인 몇 명이 도박으로 물의를 빚어 리얼프로그램과  MC를 하차했을 때만 해도 남의 일인 것처럼 강건너 불구경하듯 했다. 하지만 지금은 빠른 속도로 내 생활권으로 파고들어오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

그리고 학교의 교직원 선생이 토토도박으로 공금을 횡령해서 구속되었다는 소식은 며칠 전 언론에서 들었는데 바로 어제 저녁 서울에서 10년을 믿었던 후배에게 대출을 해주었던 나를 사부님이라고 부르는 손 아래 지인이 연락을 했다.

10년 전에 믿고 담보를 맡기고 대출을 해주고 일터를 대신 맡겼던 모양인데 대출이자가 연체되니 은행에서 직접 연락이 왔다고 한다. 그래서 후배가 운영하는 일터에 가보았더니 이미 가족들은 외국에 보내고 잠적한 지 두 달째라고 했다.

아는 사람들을 동원해서 후배를 수소문 해보았더니 어제 찾았다는 소식이 왔는데 강원도 정선 강원랜드 근처에서 초췌한 몰골로 노숙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동안 당좌수표도 남발해 피해자가 많아 고소를 당했기 때문에 감옥에 갈 것 같다고 한다.


강원도 정선에 있는 하이원에는 대부분 단체로 연수도 많이 가고 밤에는 사람들이 카지노도 찾아서 소액을 날리든가 따든가 한다고 했다. 문제는 날리는 사람이나 따는 사람이나 다음에 또 다시 갈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지인은 대출해준 금액이 수 억대이다. 큰 피해가 생겨서 이제 어떡하느냐는 나의 염려에 지난 10년 동안 대출해주었다고 매달 조금씩 챙겨 받았으니 엄청난 피해는 아니지만 대출금 환수는 어려우니, 시골에 있는 얼마의 땅을 정리해서 갚고 당분간 계획했던 일을 포기해야 할 것 같다고 우울하게 말했다.


그리고 우리 집 옆의 아파트도 갑자기 매물로 나왔는데 알고보니 신랑이 스마트와 컴으로 하는 스포츠도박에 빠져 아내의 결혼패물까지 몽땅 돈으로 환전하고 아파트대출을 잡아 빌린 수천만 원도 날려 가정이 깨어진 모양이었다.

개인의 분별과 선택문제로 치부하기엔 도박문화와 증독증세가 너무 빠른 속도로 우리의 생활권에 파고 드는 것 같다. 이것도 정부의 규제완화의 후유증인지 아니면 윗물이 흐려서 아랫물도 엄청 흐려지는 것인지 나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느껴지는 것은 공기 뿐만 아니라 땅에서의  많은 문화도 사람들의 마음을 맑게 하기보다는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쾌락적인 면으로 흘러가는 경향이 짙다는 거다. 도박으로 집도 땅도 팔고, 가정도 깨지는 이웃사촌이 늘어나 마음이 아프다.
#도박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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