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관련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맛' 관련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삶과 먹을거리 협동조합 끼니'를 만들었다. 왼쪽부터 구완회(끼니 조합원, 여행작가), 김경(끼니 사무국장, 공정무역커피 이피쿱 조합원), 박찬일(끼니 조합원, 요리연구가), 황교익(끼니 조합장, 맛 칼럼니스트), 박상현(끼니 조합원, 맛 칼럼니스트)씨.
남소연
기자: "그렇다면 토론자 본인들의 일상음식문화는 어떤지 궁금하다. 해당 기초과정을 들으면 제대로 된 음식을 맛볼 수 있나. 강연에는 어떤 내용들이 담기게 되나."
구완회: "혹시라도 오해가 있을까 봐 설명하자면, 우리가 전문가이고 여기에 대해 다 알고 있으니 이걸 그냥 알려주겠다는 게 아니다. 문제 제기, 즉 질문 자체가 안 나왔다는 것이다. 이제까지는 권위 있는 사람들이 말하면 그런가 보다 하고 좇아다녔는데, 지금부터는 스스로 질문을 던지는 거고 각자의 맛의 기준을 찾아나가자는 의미다.
제가 볼 때 이렇게 사람들이 모여 강의를 하고 듣는 이유는 하나다. 맛으로 세상을 읽고 결국 맛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겠다는 거다. 그리고 정말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여기에 필요한 사회적 행동은 무엇인지 등을 같이 고민해 보자는 취지다."
김경: "여기서 진행하는 맛 칼럼니스트 과정의 부제는 '맛있는 세상읽기'다. 맛을 학문의 영역으로 들여다 보는 거다. 맛에 대해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어떻게 쌀밥을 봐라 봐야 할까 등을 고민한다. 가장 기초적으로는 참가자들에게 '너의 감각은 뭔데'라고 질문하는 것이다. 맛에 대한 최소한의 기준점을 찾자는 의미라고 보면 된다."
황교익: "'핸드폰을 통해 보는 사회사'처럼, 우리가 먹는 음식을 가지고 세상을 보는 것이라 생각하면 되겠다. 예를 들면 매 끼니마다 내가 왜 이 음식을 먹는지, 왜 이 음식이 내게 주어진지를 생각해 보는 거다. 우리나라에는 유독 치킨 가게가 많고 닭튀김이 많을까? 싸고, 편하니까. 이걸 먹는 사람들은 대개 노동자일 가능성이 크다. 맞벌이라서 바쁜데다 싸니까 시켜 먹고, 또 맛에 길들여지는 식이다. 그런데 이런 순환이 결국 우리의 하루하루를 만든다."
박찬일: "나아가 치킨에서만도 다양한 사회사, 문화사를 끌어낼 수 있다. 대다수 치킨집이 결국 우리 IMF 당시 대량해고 사태 이후 생겨난 것 아닌가. 게다가 닭의 종자조차도 우리가 사와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식으로 치킨 하나를 먹으면서도, 이 음식의 전통과 사회문화적 측면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거다."
기자: "강좌 수강생들 반응은 어떤가."
박상현: "사실 음식 얘기를 들으러 돈 내고 올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그런데 80~90명씩 몰려오는 걸 보고 매우 놀랐다. 우리가 '간장'을 소재로 얘기했는데, 참가자들이 직접 먹어 보니 지금 공장에서 만들어진 간장들이 얼마나 형편없는지를 알게 되더라. 당장 집에 가서 집에 있는 간장을 버렸다는 사람도 있었다.
두부 같은 경우도 그렇다. 포장 두부와 실제 즉석에서 만든 두부 맛을 알게 되면, 우리 동네에 두부 만드는 공장이 없나 찾아보게 된다. 그런 것을 알게 되면 삶의 질은 당연히 달라지는 것이다. 저는 결국 사람들을 '미맹'으로 만드는 것은 대기업 식품들의 보편적인 맛이라고 본다. 사람들을 비슷한 맛에 길들이고, 그래야 제품을 쉽게 팔 수 있으니까."
김경: "그때 참가자들에게 내놓은 것이 하나는 대기업의 가장 비싼 두부 제품이었고, 또 하나는 값은 싸지면 즉석으로 만들어서 파는 노점상 두부였다. 그런데 참가자들이 노점상에서 파는 두부는 다 먹더니 대기업 제품은 한 입 떠먹고는 안 먹는 걸 봤다. 우리가 식품 브랜드에 의해 얼마나 좌우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생각했다."
황교익: "'내가 먹는 것이 나다'란 말이 있다. 우리가 어떤 음식을 먹고, 무슨 '맛'을 보는지를 아는 게 중요하다는 뜻이다. 저는 '더 나은 음식'을 연구하고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는 것이, 결국 이 사회의 변혁을 일으키는 일의 시작으로도 연결된다고 본다.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 어떤 것부터 해야 할까. 미리 결말을 정해 놓고 거기에 맞춰가는 게 아니라, 우리 자신의 세밀한 감각에서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결국 맛 강좌는 우리 스스로를 비롯해 내가 속한 사회 등 여러 가지 것들을 돌아볼 수 있는 수업이 될 거다. 먼저 자기 자신의 행동이 바뀌고, 나아가 세상을 좀 더 괜찮은 방향으로 바꾸는 그런 강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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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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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식품의 보편적 맛이 사람들을 '미맹'으로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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