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에 오른 블루베리수확한 블루베리다. 친환경 과일이고 강한 항산화작용 때문에 많은 관심을 모으고있다.
정부흥
7년 전 연구원에 근무할 때이다. 특별성과급여가 300여 만 원 지급됐다. 나무는 세월이 기른다는 생각에 인터넷 종묘상에서 정원수와 과일나무를 주문하여 주말에 시랑헌으로 도착하도록 배달시켰다. 토요일 오후에 트럭이 나무를 싣고 도착했다. 배달된 명세서를 보니 A4용지로 3장이다. 집사람과 둘이서 분류한다고 했지만 무슨 나무인지도 모르는 나무도 상당했다. 큰 나무도 몇 그루 있지만 대부분이 묘목이다. 지금의 검화당 집터에 심기 시작했다. 일요일 저녁 늦도록 심었지만 절반도 못 심었다. 나만 월요일 새벽에 대전으로 올라갔다.
나머지는 집사람이 남아서 인력회사에서 파견한 사람들과 심었다. 다른 일에 밀려 주말에도 돌보지 못해서인지 상당수의 묘목들이 고사했다. 대부분 말라죽은 나무들은 비싸고 귀한 나무들이다. 블루베리도 이 때 심었지만 몇 년 동안 간신히 생명을 유지했다.
다른 나무들은 집을 지으면서 길 건너 텃밭으로 옮겨지고 올봄 드디어 제 자리라고 생각하는 집 뒤 경사면으로 옮겼왔다. 블루베리는 소나무 숲 위에 포도밭을 만들면서 그 곁으로 옮기고 바닥에 잡초가 우거지지 않도록 그늘막용 비닐로 덮어줬다.
포도나무들은 3년 전 매우 추웠던 겨울에 모두 동사했지만 다행히 블루베리는 살아남았다. 매년 블루베리가 익은 철에 잠깐 짬을 내어 잘익은 열매를 따면서 방해가 되는 잡초와 가시넝쿨만 제거했었다. 매년 몇 그루씩 생존을 포기해버려 지금은 처음의 절반 정도인 30여 그루가 성장을 멈춘 채 생명을 유지해가고 있다.
집을 짓는 일 중 가장 마지막이 정원을 꾸미는 일이다. 나무가 필요한 때이다. 이 때 나무를 구입하려면 부담스러울 정도의 경비가 필요하다. 정원수나 과일나무 묘목도 조건이 좋은 곳에서 10여 년 동안 잘 기르면 정원수로 사용할 수 있는 크기가 된다. 7년 전 시랑헌으로 시집온 나무들 중 절반정도가 죽고 나머지 절반은 그런대로 생명을 유지하지만 '반송'과 '눈주목' 만은 성장을 계속했다.
50cm 크기의 반송 5그루는 지금 1.5m 크기로 자라 집마당의 곳곳에 버티고 있고, 10㎝ 눈곱만 했던 50그루의 눈주목들은 석축 바위틈에서 1m 이상 크기로 굳세게 자라나 석축의 품위를 유지하는 주인공이 되어있다. 반송과 눈주목 만으로도 7년 전 구입비를 충분히 벌충할 수 있을 것이다.
블루베리 밭에 잡초와 가시 넝쿨을 제거하고 돌아보니 편백나무들 입이 쭈~욱 나왔다. 블루베리만 돌봐주고 자기들은 언제까지 방치해둘 것인가 하면서 삐진 모양이다. 그래 '이 할아버지가 올 가을부터는 너희들도 챙겨줄게' 하면서 편백나무들을 달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