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 압박받는 문창극 후보자 "일본의 식민 지배와 남북 분단이 하나님의 뜻이었다"고 표현한 과거 발언이 공개돼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1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으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남소연
역사와 현실을 보는 시각에는 최소한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피해자나 약자 입장에서 보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가해자나 강자 입장에서 보는 것이다.
함석헌은 역사와 현실에서 늘 약자와 피해자 편에 함께 섰고 그들 입장에서 말을 하고 글을 쓰며 행동했다. 그래서 강자와 폭압자인 일본제국주의, 김일성,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정권으로부터 미운털이 박힌 함석헌은 평생 한 번도 안정된 직장을 가져보지 못하고 수시로 감옥문을 들락날락해야 했다.
그러나 강남의 한 대형교회 장로라는 문창극씨 모습에서 나는 함석헌이 겪었던 고난과 사회정의를 향한 열망,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뜨거운 모습은 전혀 볼 수 없다. 나는 문씨에게서 재야인사 함석헌 선생과는 너무나 다른 권력지향적인 기득권 언론인의 모습을 볼 수 있을 뿐이다.
문씨의 <중앙일보> 후배인 조우석 기자 또한 최근 "보수 우파는 공직 진출 꿈도 꾸지 말란 얘기인가?라는 글을 썼다. 이 글에서 조씨는 "함석헌의 <뜻으로 본 한국역사>를 좋아하는 문창극"이라며 선배 문씨를 강력하게 변호했다. 조씨는 이 글에서 문씨가 "함석헌을 높이 평가한다"라며 마치 문씨의 '하나님의 시련' 발언이 함석헌의 발언과 유사하다는 듯이 주장했다.
그러나 문제는 조씨가 주장하는 것처럼 문씨가 '보수우파'가 아니라는 데 있다. 보수우파는 무엇보다 민족의 중요성을 내세운다. 그래서 영국에서도 보수우파는 유럽연합의 이익보다는 영국 자체의 이익을 이기적이라 할 정도로 먼저 주장하고 챙긴다.
조씨 글처럼 문창극씨가 진정 민족을 중요시하는 '보수우파'라면 일본의 극우 네티즌들이 "옳은 소리"라고 문씨의 강연을 환영할 이유가 전혀 없지 않겠는가. 일본 극우 네티즌들이 문씨를 환영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의 총리 후보라는 문씨가 일본 극우의 입장을 너무나 잘 대변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문씨는 결코 '친일파' 논란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는 인물인 것이다.
함석헌이 말한 '하나님의 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