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춘양 재래시장에서 할머니가 도라지를 다듬고 있다
임재만
재래시장을 빠져 나왔다. 버스터미널이 시장 주변에 있고, 소나무 묘목을 심어 놓은 널따란 밭이 그 앞으로 펼쳐진다. 처음에는 채소밭에서 아주머니들이 일을 하는 줄만 알았다. 그러나 가만히 살펴보니 손가락 크기만 한 소나무가 만여 평 가까이 빼곡히 심어져 있다.
밭에서 일하시는 아주머니에게 물어보니 산불이 난 산에 심으려고 정부에서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묘목장이란다. 이제 춘양목이 전국으로 퍼져 자라고 있다는 것이다. 소나무 묘묙을 밭에서 일 년 정도 키우면 산에 심을 수 있다고 아주머니가 살짝 귀띔을 해준다.
버스를 타고 백두대간 수목원이 조성되고 있는 서벽으로 출발했다. 2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주변의 산을 바라보았다. 나무들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는데, 생각만큼 멋진 금강 소나무 숲이 나타나지 않는다. 그냥 여느 산과 같이 잡목으로 섞여 소나무가 자라고 있다. 아무리 찾아보아도 금강소나무 숲은 보이지 않는다.
잠시 후 서벽에 내렸다. 수목원으로 가는 길을 찾으려고 두리번 거리자 한 아주머니가 물어온다.
"어디 찾는가요.""금강 수목원이 있다고 해서 왔는데요.""아! 그래요 조기가 긴디, 지금 공사중이라오.""언제쯤 완공된대요?""글쎄, 그건 잘 모르겠네요."정류장에서 100m쯤 걸어 올라가자 몇 개의 건물들이 한창 건설 중에 있고, 간간이 금강소나무가 무리지어 심어져 있다. 어림보아 수목원이 완성되려면 2~3년은 족히 더 걸릴 것 같다. 수목원 조감도가 없어 어떠한 모습으로 조성될지 알 수 없지만 춘양에 금강소나무 수목원이 들어서고 있다니 반가운 일이다.
사실 춘양에 와보니 옛 명성에 맞지 않게 금강소나무골이라는 느낌을 쉽게 찾을 수가 없다. 그냥 어느 산골에 와 있는 낌이다. 앞으로 이곳에 금강소나무 수목원이 들어서면 사람들이 많이 찾는 춘양의 명소가 될 것임이 틀림없다.
잠시 숨을 돌리고 영월 방향으로 한참을 걸어 올라갔다. 고대 하던 금강 소나무 숲이 각화산 줄기에 살짝 모습을 드러낸다. 금강 소나무는 줄기가 밋밋하고 곧게 자라서 최상급 건축 재료로 쓰인다. 궁중 문화재에 쓰는 목재는 거의 다 금강소나무라 한다.
춘양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문구 '억지 춘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