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둥이 텃밭뚜껑이 있어, 평소에는 식물이 광합성을 할 수 있도록 열어둔다. 뚜껑을 닫고 평상 주위에 위치시켜 앉으면 의자로도 활용 가능하다.
이승훈, 고아람, 문성예
만들고 난 후 아쉬운 점이 두개가 있었다. 우선 생각보다 실용성이 없었다. 할머니들은 하나같이 허리가 불편하여 항상 기댈 곳이 필요했다. 등받이가 필수요소였다. 하지만 우리가 디자인한 '궁둥이 텃밭'은 우리 같이 젊은 사람들이야 앉아서 놀기에는 적합해도, 할머니들이 앉기에는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그래도 필요할 때는 탁자로 쓰기도, 부족한 의자를 대신하여 우리들이 앉기도 하며 최대한 이용하고자 노력했다. 두번째는 작업장에서 뚝딱 만들어져 도착한 텃밭의자가 할머니들에겐 여간 생소한 것이 아니었다. 생긴 것도 익숙하지 아니한 녀석이 갑자기 평화로운 공간에 불쑥 나타난 것이다. 낯선 것을 익숙하게 만드는 작업 또한 필요했다.
모란꽃그래서 하루는 그림도구들을 준비했다. 집에서 갖고 나올 수 있는 아크릴 물감과 붓은 모두 갖고 나왔다. 무턱대고 평상에 눌러앉아 텃밭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림을 그려보겠노라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앉았는데, 막상 그릴만한 이미지가 떠오르질 않았다. 그러고 있자니 할머니가 핀잔을 줬다.
"안 그리고 뭐해? 빨리 그려~!""할머니, 무얼 그릴까요? 좋아하는 꽃 그릴까요?"
"목단화~!, 목단화 함 그려봐.""목단화요?, 목단화가 뭐예요? 잘 연상이 안 돼요.""목단화도 몰러? 대학 나온 거 맞어?, 붓 좀 이리 줘봐, 내가 그려 볼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