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767m 모산재 정상, 철쭉제로 유명한 황매산과 붙어 있어 최근에 많은 이들이 찾고 있다.
김종길
아차, 싶었습니다. 처음엔 얼마 안 있어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등산로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근데, 한참이나 지났는데도 길은 더 가팔라졌습니다. 분명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으슥한 길이었습니다. 그래도 어릴 적부터 걷던 산길이라 지형은 알고 있어 능선을 오르는 데는 그다지 어렵지 않았습니다. 다만, 경사가 심한 된비알이라서 산행에 익숙하지 않은 아내만 죽도록 고생했습니다.
영암사지 서금당 옆 오솔길로 접어들 때만 해도 잠시 후에 만날 등산로를 염두에 두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청량한 숲길에 흠뻑 젖어 걷다 보니 어느새 왼쪽 등산로를 까마득히 잊고 말았습니다.
모산재는 악산이라 아래서 솔숲 길을 조금 지나면 곧장 바위능선으로 이어지는데 어쩐 일인지 숲길이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제야 다른 길임을 직감하고 서둘러 반대쪽 등산로를 찾았으나 허사였습니다. 산길은 낭떠러지로 이어졌습니다. 혹시나해서 절벽 쪽으로 나아갔지만 길은 없었습니다. 다시 되돌아 나와 골짜기 깊숙한 산길을 무작정 올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