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상 ‘신포살롱’ 대표
김영숙
"중구와 동구에서 초·중·고등학교를 다녔어요. 1984년생인데 또래와 비슷하게 평범하게 살아왔어요. 1997년 아이엠에프(IMF: 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위기 때 중학교를 다녔는데 경제적으로 어려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공장에 다녔어요. 그런데 삶의 선택 폭이 너무 좁은 거예요."유 대표는 그 길로 대학 광고디자인과에 입학했다. 졸업하고 취직을 했는데 사장이 상습적으로 임금을 체불하는 바람에 퇴사했다.
"사장처럼은 절대 살지 말아야지라고 다짐을 하고 친구들과 웹 디자인 회사를 차렸는데 쉽지 않더라고요."청년들이 만난 세상은, 그들을 맞이할 아무런 준비가 없어보였다. 사장과 같은 삶은 살지 않겠다고 결심했지만 '나도 그렇게 살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회의감이 들었다. '괴물과 싸우려다 괴물이 되고 있는' 자신을 자각한 것이다.
"지역화폐라는 것을 책에서 봤어요. 그리고 지역에 관심을 갖고 뭔가를 하려는 청년들을 자연스레 만나면서 일을 벌인 거죠."그렇게 그는 '신포살롱'을 만들었다. 그후 1년간 하고 싶은 건 다 해봤다고 했다. 다양한 공연과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청년모임도 만들었다.
낚시대를 사주는 게 아니라 생태계를 만들어야청년창업지원센터가 있는 지역이 많다. 정부 차원에서 나름 '청년창업'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창업하라고 여기저기서 얘기하지만 비현실적이에요. 비유적으로 말하면 낚시하라고 고가의 낚시대를 사주기는 하는데 작은 호숫가에서 낚시하라는 거죠. 말로는 '너희 마음껏 물고기 낚으면서 살아라' 하죠. 생태계가 형성돼 있지 않은데, 장비(창업 지원금)만 백날 줘봤자 실패할 수밖에 없어요."유 대표는 청년창업 지원의 허상을 자각한 후, 뜻이 맞는 친구들을 모았다. 어릴 때 동네에서 재밌게 놀았던 기억을 되살려 동네를 그렇게 만들고 싶었다. 지역을 활성화하고 경제성도 있겠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쉽지 않았다. 함께 한 친구들이 하나둘 떠났다. 죽어있는 신포동과 상권을 살리자고 했지만 몇 명의 노력으로는 불가능했다.
국립국어원에서는 '생태계'라는 단어를 '어느 환경 안에서 사는 생물군과 그 생물들을 제어하는 제반 요인을 포함한 복합체계'라고 정의했다.
"좋은 창업 지원이란 단순하게 창업에 국한한 게 아니라 전반적인 것에 대한 지원이라고 생각합니다. 청년들이 이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죠. 예를 들어 창업에 비유하자면, 사업자등록증이 나오면 그걸 창업이라고 정부는 말해요. 하지만 그건 중요한 문제가 아니죠. 이후에 어떻게 먹고살 것인가가 중요하잖아요. 하지만 정부는 몇 개 창업했고 등록증이 나왔고 식의 수량화를 중요시해요. 보여주기식 행정의 대표적 모습이죠. 취업도 마찬가지고요. 취업률의 수치가 아니라 청년들이 무엇을 하며 어떻게 먹고 살 것인가의 철학적 문제예요."무조건 재미있어야 한다신포살롱을 만들고 다양한 사업을 하면서 유 대표는 무엇을 느꼈을까. 그는, 누군가 혼자 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의 문제라고 했다. 재밌고 즐거워야, 살고 싶다는 생각으로 그 안에 들어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단순한 이벤트로는 한계가 명확하다는 것이다.
"시행착오를 겪은 1년이라고 생각해요. 재밌게 동네에서 놀자고 했지만 저도 기성세대와 똑같이 우선 일을 하고, 즐기는 건 나중에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아녜요. 즐거워야 해요. 청년세대에는 끌리고 재밌어야 참여하고 만들 수 있어요. 신포살롱이 나아갈 방향을 고민했어요."고민이 깊어질 무렵, 유 대표는 친구들을 만났다. 그는 '좋은 친구들'이라고 표현했다. 그들과 함께 일이 우선이 아니라 뒷일을 생각하지 말고 재밌게 지내보자고 결심했다. 그리고 프로젝트 '2012년 좋아요 인천' 페스티벌을 진행했는데, 주변의 평가도 좋았지만 참여한 친구들이 재밌어 했다.
유 대표는 인터뷰 내내 '생태계'와 '재밌게'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했고, 강조했다. 새삼 '재미'라는 단어가 모호하게 느껴져 되물었다.
"열심히 하는 걸 넘어서 푹 빠져 사는 것"이라고 옆에 있던 유 대표의 동료가 말하자 그 말을 유 대표가 이어받았다.
"자기가 주체적으로 만들어갈 가능성이 있어야 재밌지 않을까요? 수동적이면 재미가 없잖아요. 인천에서 청년들이 주체적으로 할 가능성이 있나요? 전 없다고 봐요. 그러니 재미없어서 참여를 안 하죠. 기성세대들은 젊은 친구들의 참여가 부족하다고 하는데, 반대로 이 친구들이 재미가 없으니까 참여를 안 하죠."젊은이들은 아직 주판알을 튕기면서 손익계산을 분석하기보다 가능성과 주체적인 활동을 원한다. 그러나 그런 생태계가 형성이 안 돼, 젊은이들이 도시를 떠나 부유하고 있다.
청년과 지역의 접점을 찾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