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생존학생들 합동 조문침몰하는 세월호에서 탈출한 단원고 학생들이 학부모와 함께 30일 오후 경기 안산시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제 선거는 끝났다. 그동안 오직 선거에서 이기고자 그 방법만을 생각했다면 이제부터는 어떻게 해서 선거기간 중 유권자에게 약속한 결과물을 만들어 낼 것인지 책임있게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사실 이번 선거는 엄밀하게 말해 정상적인 상태에서 이뤄진 선거라고 말할 수 없다. 굉장히 아프고 고통스러운 가운데 치러진 선거였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와 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현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이라는 실정만 아니었다면, 야당이 대거 승리하는 결과는 없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야당이, 또 진보 진영이 잘해서 국민이 표를 준 것이 아님을 솔직하게 인정해야 한다. 국민은 심판받아야 할 대상이 당선 되어서는 안된다는 분노로 야당에게 표를 준 것이다. 이는 진보 교육감 후보로 출마하여 선출된 조희연, 이재정 두 당선인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경기 교육감으로 당선된 이재정 당선인에게 거는 기대는 더 클 수밖에 없다. 참사가 발생한 지역을 관할하는 경기 교육감 자리에 앉았기에 더욱 그러하다. 무엇보다 당장 시급한 것은 안산 단원고의 정상화 문제다. 초유의 참사 앞에서 누구도 해결 방안을 제시하지 못한 채 사실상 단원고 학생들과 학부모가 방치되어 있는 상태다.
특히 생환한 단원고 학생들의 정서적 치유 문제, 1·3학년 학생들이 겪고 있는 여러 고통에 대해서도 아무런 대책이 없어 원성을 사고 있다. 나는 이 문제를 이재정 당선자가 단위 학교의 사안으로만 봐서는 안된다고 본다. 지금 사안 자체도 중대하지만 향후 유사한 비극이 발생할 시, 지금과 같은 무대책을 반복하지 않도록 제대로 된 대책과 계획을 만드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서울시 교육감 조희연 당선자에게 있어 시급한 문제는 서울 교육 개혁을 위한 구체적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해야 한다는 점이다. 경기도 교육청에서는 전임 김상곤 교육감이 재선을 거치면서 일정한 진보적 정책이 마련되고 집행 중인 상황이다. 그것이 완벽하다고 할 순 없겠지만 그래도 서울 교육청에 비한다면 안정적인 수준이다. 서울시 교육청은 사정이 다르다. 2010년 당선되었던 곽노현 전임 교육감이 약 2년 반에 걸쳐 진보 교육감으로서 임기를 수행했지만 어떤 성과를 낼 수 있는 시간이 아니었다.
야심차게 추진했던 여러 개혁적 정책들이 예상하지 못했던 사건으로 인해 곽노현 전 교육감의 중도 하차로 이어졌고, 서울 교육의 진보적 개혁 청사진마저 전부 다 중도 폐기 되었다. 2012년 12월 보수 진영의 문용린 후보가 새로운 교육감으로 당선되어 취임하면서 그가 1년 6개월간의 임기중 한 일은 전임 진보 교육감이었던 곽노현표 정책을 지우거나 취소하는 정책의 연속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는 조희연 후보가 교육감으로 취임하면 곽노현 전 교육감 시대에 일궈놨던 성과를 빠른 시일 내에 다시 효과적으로 이어가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한다면 조희연 당선자의 임기는 보장된 4년에 머물지 않게 될 것이다. 곽노현 전 교육감 시대에 이뤄진 2년 반의 성과를 조화롭게 이어간다면 사실상 자신의 임기 4년을 합쳐 6년 반의 성과를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다행히도 곽노현 전 교육감과 조희연 당선인의 교육 개혁 방안 관련 입장이 크게 다르지 않다.
'교육 비리 근절' 과감하게... 아이들에게 따뜻한 교육감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 사회에 만연해 있는 비리 문제에 단호히 대처하는 것이다. 이것을 통해 보수와 진보를 표방하는 교육감의 차이를 보여줘야 한다. 보수진영이 자기의 것처럼 '장기 독점'해 온 교육청에 진보 교육감을 보냈는데도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전혀 다르지 않게 대처한다면 이는 매우 중대한 유권자 배신 행위다.
특히 이러한 교육 비리 근절을 위해 나는 교육청 내부에서 은밀하게 흐르는 '패밀리 지향 정서'를 배격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이른바 '서울 교육 가족' 운운하는 표현이다. 같은 직장에서 일하는 사람들끼리 화목하게 지내는 것은 좋지만 이른바 '교육 가족'이라는 표현은 그들 내부의 비리나 잘못을 덮어주고 감춰주는 잘못된 정서로 악용되고 있다. 특히 약 2년여 기간동안 서울시 교육청 감사 공무원으로 재직했던 경험에 비춰보면 더욱 그러하다. 나는 그 중심에 바로 이 '교육 가족'이라는 잘못된 조직 문화가 있다고 평가한다.
내부의 같은 교육청 공무원끼리 순환 보직제에 따라 일하고 있는 현행 감사관실 제도로는 결코 이 같은 내부 교육 비리를 근절할 수 없다. 이는 교육감이 아무리 청렴을 주장하고 또 비리 근절을 지시해도 마찬가지다. 감사 업무를 맡고 있는 직원이 '교육 가족'이라는 카르텔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데 어찌 제대로 일할 수 있겠는가. 따라서 교육청 내부의 비리 근절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외부 감사 전문가를 감사관실 실무 직원으로 대거 영입해야 한다.
물론 외부에서 실무를 담당할 감사 전문가를 도입하려 할 경우 내부 반발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반발로 이러한 정책을 추진할 수 없다면 단언컨대, 교육 비리 근절은 절대 꿈꾸지 마라.
마지막으로 하나는 아이들에게 '아버지 같은' 교육감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가난한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따뜻한 교육감이 되었으면 한다. 그래서 적어도 학교에서는 가난한 아이든, 그렇지 않은 아이든 똑같이 밥 먹고, 같은 기준에서 공정하게 기회를 주고 출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교육감이 되기를 기대한다. 그것이 진짜 진보 교육감이고, 그래야 진보 교육감을 선택한 지지자들에게 보답할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다. 즉, '무상급식'과 '체벌없는 인권 학교'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그리하여 다시 오늘로부터 4년 후, 우리가 오늘 선택한 진보 교육감에 대해 유권자들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해 달라. 그래서 아이들이 행복하고 학부모가 당당하며 성실한 교사가 진짜 대우받는 좋은 교육을 만들어 달라. 그런 교육을 만들 권한을 지금 조희연 서울 교육감 당선인과 이재정 경기 교육감 당선인에게 유권자가 부여한 것이다. 그 권한을 유권자가 줬는데 무엇이 두려운가. 앞으로 4년, 두 진보 교육감의 멋진 화답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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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운동가, 재야인사 장준하 선생 의문사 및 친일 반민족행위자의 재산을 조사하는 조사관 역임, 98년 판문점 김훈 중위 의문사 등 군 사망자의 명예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저서- 중정이 기록한 장준하(오마이북), 장준하, 묻지 못한 진실(돌베개), 다시 사람이다(책담) 외 다수. 오마이뉴스 '올해의 뉴스게릴라' 등 다수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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