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3일 내린 단비를 맞고 토마토가 촉촉히 젖어있다
최오균
어제(6월 3일) 내린 비는 오랜 가뭄 끝에 내린 단비로 만물이 그야말로 생기를 찾아 춤을 추는 듯하다. 하루 종일 추적추적 내린 비는 대지를 적시고 만물을 촉촉하게 적셨다. 그렇게 많은 양의 비는 아니었지만 천천히, 부슬부슬 내린 비는 단 한 방울도 유실되지 않고 그대로 땅속으로 스며들어 만물의 뿌리를 촉촉하게 적셔주었다.
아침에 땅을 파보니 모래땅은 약 20cm, 흙 땅은 15cm정도 스며들어 있다. 푸석거리며 흙먼지만 날리던 텃밭에 얼마나 고마운 단비인가! 여린 새싹들이 가뭄에 허기를 견디지 못하고 허덕거리며 아사 직전에 있다가 단비를 맞고 생생하게 방글거리며 고개를 쳐들고 있다.
중국의 시성(詩聖)으로 불리는 두보(杜甫):712-770)는 전쟁 통에 고향을 떠나 대부분의 생애를 객지를 떠돌며 살았다. 그리고 평생을 주린 배를 움켜쥐고 병마와 시름하며 시를 지었다. 가난하고 힘없는 가장이 집을 비운 사이 그의 사랑하는 아들이 굶어 죽었다. 두보의 시가 대중으로부터 오래도록 사랑과 공감을 받고 있는 것은 그의 시 속에는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는 힘없는 민초들의 아픔이 잔잔하게 녹아있기 때문이다.
춘야희우(春夜喜雨)는 단순한 향락을 노래한 시가 아니다. 오랜 가뭄 끝에 단비가 대지를 적시니, 만물도 사람도 이제 살았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귀한 시다. 허기에 시달리는 민초와 갈증에 시달리는 작물에게 생기를 불러 넣어주는 풍경을 기가 막히게 묘사한 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