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 식품 피라미드
Wanda Embar, Vegan Peace
<채식의 배신>이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을 쓴 리어 키스는 20년간의 채식으로 퇴행성 관절질환·저혈당증·위장기능 장애·구토증·우울증·척추손상 등의 병을 얻었다고 한다. 그녀는 "채식은 우리를 건강하게 만들어주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건강을 위해 채식하는 사람들에게는 충격적인 말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책에는 키스가 채식을 하는 동안 무엇을 먹었는가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 독자는 아래 대목을 통해 그녀가 탄수화물에 치우친 식사를 했을 거라고 추측할 뿐이다.
"물론 다른 것은 전혀 입에 대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했으니 그렇게 먹은 것은 모두 탄수화물이었고 (중략) 고기에 대한 금기가 너무 엄격해, 단백질을 먹고 싶은 감정마저도 거의 동족 살해와 맞먹는 끔찍한 범죄처럼 느껴졌다." (<채식의 배신>(리어 키스 지음·김희정 옮김·부키) 288쪽) 키스는 고기에 대한 금기가 지나친 나머지 단백질 섭취마저도 주저했다. 또한 죽음은 무조건 나쁘며, 채식주의자는 그 어떤 죽음도 초래해서는 안 된다고 믿었다. 하지만 채식주의자로서 식물의 죽음을 피할 수는 없었다. 그녀는 이런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아무것도 먹지 않고 살아가는 이른바 '호흡주의자'의 세계를 기웃거렸다.
이런 식으로는 몸이 버텨낼 수가 없다. 그녀는 결국 다시 고기를 먹기 시작했고, 채식주의는 '무지에 근거한 신화'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그녀가 '무지'와 '신화'라고 부르는 것이 제대로 된 채식주의자는 납득하기 어려운 '극단주의'라는 것이다.
채식주의는 아무것도 죽이지 않는 경지가 아니라 '고통을 줄이는 실천'이다. 호흡주의자조차도 살생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다. 사람은 누구나 직·간접적으로 다른 생명을 해치며 살아간다. 키스는 죽음을 무조건 거부하는 자신의 교조주의를 채식주의 전체의 논리로 간주하는 오류를 범했다.
'육식만 안하면 채식주의'라는 논리대로라면 날마다 채식 라면만 먹고도 채식을 했다고 말할 수 있다. 채식을 한다며 하루에 과일 몇 쪽이나 샐러드만 먹다가 "기운이 없어서 채식을 관뒀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채식주의는 극단적인 편식이나 절식이 아니다.
잘못된 식습관으로 생긴 문제의 원인을 채식주의로 돌리는 건 부당하다. 고기로 만든 정크 푸드(패스트푸드·인스턴트식품 등과 같이 열량은 높은데 필수 영양소가 부족한 식품을 통틀어 이르는 말)를 주로 먹다가 건강이 나빠졌다고 해서 '육식 탓'을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