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4시 고려대 주변 길바닥에 이학교 불어불문학과 주점을 홍보하는 포스터가 붙어있다.
송규호
축제를 열기는 하지만, 세월호 참사로 온 국민이 슬픔에 빠진 사회 분위기를 의식했다는 것이다. 실제 총학생회는 이날부터 '대동제, 해도 될까?'라는 부스를 운영했고, '세월호 참사의 원인은 무엇일까요?'라는 주제의 앙케이트 조사(스티커 부착)도 벌였다.
그러나 이날 고려대 캠퍼스 풍경은 이 앙케이트 부스를 제외하고는 이전에 흔히 봤던 대학 축제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학생회관 중앙 벽면은 '2014 민족고대 석탑대동제 피 끓는 청춘'이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이 내걸렸다. 메인 무대에선 드럼과 기타, 베이스 소리가 터져 나왔고, 근처 부스에선 물 폭탄 맞추기 게임이 한창이었다. 물 범벅이 된 남학생이 "OO야 빨리 와서 너도 이거해"라며 연신 친구들을 불러 모았다.
코스프레 복장을 하고 캠퍼스를 누비는 학생들도 보였다. 정문근처에서 만난 한 커플은 샛노란색 가발과 흰색 가운을 맞춰 입었다. 인문대학에선 '용의자K'라는 게임이 성황이었다. 게임 진행자인 이혜정(20)씨는 "건물 안에 퀴즈 방을 만들고, 답을 맞힐 때마다 다음 방으로 옮겨가는 게임"이라며 "반나절 만에 500여명의 학생이 참여했다"고 귀띔했다.
전날(27일) 저녁에는 남성의 성 상품화 논란으로 주목받았던 쿨가이 선발대회가 열리기도 했다. 대회에는 20명의 남학생들이 참가했고, 그 중 일부는 자신의 웃옷을 벗은 채 각자의 근육을 한껏 자랑했다.
지난 29일 오전 7시 30분 기자가 다시 찾아간 고려대 학생회관 주변은 술과 음식물 찌꺼기 냄새가 진동했다. 전날(28일) 밤 학생들이 마시고 버린 빈 소주병들을 채운 박스가 수북이 쌓여있었고, 음식물 찌꺼기를 담은 쓰레기 봉지도 가득했다. 학생회관이 위치한 민주광장 계단으로 올라서자 고대신문사 건물 앞에도 빈 소주병과 맥주병을 담은 박스 일곱 개가 널브러져 있었다.
[연세대 축제] '쿵쾅쿵쾅' 음악소리에 환호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