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민 중 일부는 "믿고 새누리당을 뽑아줬지만 별로 나아진 게 없다"라고 말했지만 "그렇다고 야당을 뽑는다고 더 나아지는 게 있겠냐"라며 갈팡질팡하고 있다. 그러나 중장년층에서는 "그래도 새누리당"이라며 변함없는 지지를 보내고 있다. 사진은 경상감영공원에서 휴식을 취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시민들 모습.
박윤정
"니는 이번에 대구시장 누(누구) 찍을끼고?""내사(나야) 뭐 새누리당 찍어야 안 되긋나.""그래, 그래야 박근혜 대통령이 편타(편하다).""하모~ 여당을 밀어줘야지.""근데 1번 달고 나오는 후보 이름은 뭐고?"27일 밤, 대구 시내버스에서 50대 후반 남성들이 나눈 대화의 일부다. 이들은 일주일 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 대해 '인물'보다 '정당'을 보고 투표를 하겠다고 말했다. 정작 이름도 모르는 '1번(새누리당)'만 뽑겠다는 게 그들의 생각이었다.
여-야 후보 좁혀지는 지지율 격차... 이변 있을까?지방선거는 6회째를 맞고 있다. 지금까지 대구시장은 모두 새누리당(구 한나라당) 소속이었다. 지난 1995년 1회 지방선거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된 문희갑 전 대구시장도 곧 한나라당에 입당했다. 또 이제까지 새누리당 후보들은 70~80%대의 높은 지지율로 '무난히' 대구시장에 당선됐다. 대구가 '새누리 표밭', '여당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안심할 수 없다. 제1야당 새정치민주연합의 김부겸 후보가 권영진 새누리당 후보를 바짝 추격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일 대구MBC가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권영진 후보의 지지율은 47.5%로 나타났다. 김부겸 후보는 그보다 21.2%p 낮은 26.3%를 기록했다.
하지만 그 후 <대구신문> <매일신문> <영남일보> 등 대구지역 신문들이 네 차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두 후보의 지지율 차이가 점점 좁혀졌다. 특히 29일 <영남일보>가 발표한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권영진 후보의 지지율은 49.6%, 김부겸 후보의 지지율은 37.7%였다. 여전히 권영진 후보가 앞서고 있지만 두 후보 간의 격차는 11.9%에 불과하다.
황현아(28·여·회사원)씨는 "대세를 따라 새누리당을 뽑을까 했는데, 김부겸 후보가 지난 총선에서 낙선했지만 꽤 선전했고 사람도 괜찮아 보여서 투표 날까지 고민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임아무개(33·남)씨도 "이제껏 대구시장 선거는 '손 안 대고 코 풀기'라고 할 정도로 새누리당이 쉽게 이겼지만 이번엔 끝까지 두고 봐야 할 것 같다"라며 "흥미진진하다, '반전'이나 '이변'이 일어날지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선거 운동이 중후반부로 접어들면서 권영진-김부겸 두 후보는 '박근혜'라는 키워드로 치열한 네거티브 공방까지 펼치면서 민심 얻기에 주력하고 있다. 모처럼 만의 '선거다운 선거'에 선거운동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하지만 지난 27·28일 기자가 만난 대구시민들은 선거에 등을 돌리고 있는 모습이었다. '정치 혐오'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정치인에 대한 불신과 선거에 대한 무관심이 팽배했다.
"여당 시장은 '도둑놈'" 분노하지만 "야당 후보도 별로..."28일 경북대에서 만난 한 여학생은 "대구 선거는 별 관심이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아무개(42·주부)씨도 "누가 (시장이) 되든 똑같다"라고 말했다. 이씨는 "이제까지 뽑아놔도 대구가 발전했다는 게 눈에 안 보여서 투표할 마음도 크게 없다"라며 혀를 끌끌 찼다.
이광용(69·남)씨는 "역대 시장들이 한 걸 보면 투표하고 싶은 생각도 별로 없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번 대구시장 후보 중) 누가 좋은지도 잘 모르겠다, 다 거기서 거기다"라며 "1번 아니면 제일 끝번을 뽑을 것"이라 말했다. 그는 "야당이나 진보정당은 볼 것도 없다"라며 손을 내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