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직업병 피해자와 가족들의 목소리를 들어라"삼성반도체 피해자 고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씨를 비롯한 직업병 피해자가족,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소속 회원들이 2월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직업병 피해자에 대한 사과와 보상, 재발방지를 위해 반올림과의 교섭에 성실히 임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유성호
유미를 잃고 7년 동안 많이 힘들었습니다. 국회의원도, 신문사도 찾아갔습니다. 우리 유미가 삼성에서 일하다 병에 걸린 것 같다고, 유미말고도 아픈 사람 많다고. 울어도 보고, 소리도 질러봤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삼성은 7년 동안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곁에서 같이 싸우는 피해자 가족들, 반올림, 삼성 노동자들이 없었더라면 버티지 못했을 겁니다. 그리고 지금의 결과가 없을지 모릅니다.
가까이 있는 사람이 죽는다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압니다. 유미가 아파서 소리를 지르고, 울부짖을 때 내 마음이 더 아팠습니다. 유미를 보내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버틸 수 있었던 건 우리 유미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내야겠다는 그 생각 하나였습니다.
지금은 영화도 나오고 책도 나오고 사람들이 많이 알아주고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해 주고 있습니다. 참 고맙습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옆에 있으니, 삼성도 우리에게 이렇게 사과를 하고 교섭을 하자고 하는 거라 생각합니다.
우리 유미는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가 급성 골수성 백혈병에 걸려 치료를 받던 중 병을 이기지 못하고 죽었습니다. 백혈병에 걸려 치료를 받을 적에 그 어느 누구 하나 유미가 백혈병에 왜 걸렸는지, 치료비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말해 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때마다 생각했습니다. 만약 삼성에 노동조합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국회의원도, 신문사도 아무도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았을 때 생각했습니다. 만약 노동조합이 있었더라면 같이 싸워 주었을 거라고. 그리고 노동조합에서 회사와 교섭하여 안전한 사업장을 만들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러면 우리 유미는 백혈병에 걸리지도 않고 죽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백혈병에 걸렸다 하여도 노동조합과 회사가 교섭하여 치료비, 생계비 보상문제 등을 원만히 해결했으리라 믿습니다.
노동조합은 노동자 자신에게 건강과 인격을 지킬 수 있는 아주 소중한 울타리입니다. 지금 싸우고 있는 삼성전자 서비스 노동조합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노동조합을 만들 수 있는 법은 있는데 삼성에서 노동조합에 협조하지 않고 방해만 한다면 이것은 대기업답지 못합니다. 삼성 스스로 '사회악' 기업으로 남을 것이며 불필요한 소모적인 일만 반복될 것입니다. 결국 삼성전자의 이미지 타격만 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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