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고 추모기록보존에 나선 자원봉사단세월호 침몰사고 30일째이자 스승의 날인 5월 15일 오후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세월호 사고 추모기록보존 자원봉사단 회원이 주변을 둘러보며 세월호 참사 관련 현장 기록 수집을 하고 있다.
세월호 사고 추모기록보존 자원봉사단은 전국의 기록과학대학원과 기록전문가들이 모여 만든 단체로 세월호 사고를 잊지 않고 역사의 교훈으로 남기기 위해 기록을 보존하고자 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유성호
김 교수는 우선 세월호 참사 관련 기록을 체계적으로 모으는 작업에 모든 시민들이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기록되면 기억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김 교수는 "기록이 남아 있으면 누구든지 보고 싶을 때마다, 봐야할 때마다 꺼내볼 수 있다"며 "잊히지 않게 하기 위한 장치가 '기록'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참사가 일어날 때마다 시민들이 적극 나서 '아카이브' 등의 기억 저장소를 만들어요. 미국발 금융위기 때는 시민들이 금융 위기에서 드러난 문제를 기억하기 위해 'Occupy Archive'를 만들어 기록했어요. 보스턴 마라톤 참사와 관련해서도 'Our marathon'이라는 아카이브를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 사회적 기억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현재 진도에 머물고 있는 김 교수 역시 조만간 안산으로 거처를 옮겨 '잊지 않기 위한 기록 작업'을 장기간 지속할 계획이다. 참사 희생자가 많은 고잔동에 연립주택을 임대해 유가족들과 함께 '세월호 기억저장소'를 운영하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곳에서 김 교수는 5년 이상 머물며 단원고 학생들을 비롯한 희생자들의 삶을 오롯이 남겨두겠다는 생각이다. 가족·학교뿐만 아니라 지인들에게 희생자의 인생이 담긴 사진·편지·동영상 등을 받아 기록·수집하는 작업이다. 기억저장소 안에 '이야기카페'를 만들어 부모 등 유족들이 언제든지 와서 떠난 이의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한다.
사고 진상규명을 위한 기록도 이곳에 저장한다. 김 교수는 "정보공개청구운동과 국회의원을 통한 공공기록 수집으로 '가해자'들의 잘못을 밝혀낼 자료를 모을 것"이라며 "이 기록을 수시로 가족들에게 보여드려 '부도덕한 자본과 무능한 정부의 잘못 때문에 사고가 일어났다'는 점을 확신시켜드리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희생자들의 사연과 진상규명을 위한 기록이 어느 정도 모이면, 온·오프라인을 통해 세월호 사고를 '사회적 기억'으로 만들기 위한 운동도 전개할 생각이다. 시민 누구든 기억저장소에 직접 와서 자료를 보거나, 홈페이지에 게재된 사진·영상을 열람할 수 있게 한다는 구상이다.
"결국 기억저장소를 만드는 것도 이번 참사가 사회에서 절대 잊히지 않기 위해 하는 작업이에요. 서로 공유하고 다음 세대에 전하면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개선책을 찾아나가면 어느새 '사회적 기억'으로 자리매김하겠죠."김 교수는 먼저 세월호 사고 실종자가 모두 육지로 돌아오면 시민들과 함께 기록수집운동을 추진할 계획이다. 오는 8~9월에는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세월호 관련 전시회를 연다. 사진·편지·아이들이 남긴 유품 등을 전시해 다시 아픔과 반성의 기억을 공유한다는 차원이다. 그는 "기억하기 위한 기록 노력을 계속 하면, 남은 가족들도 소외감을 느끼지 않고 자연스레 아픔을 치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안산 중심으로 '공동체 복원 운동' 전개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