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일곱의 도전충남 서산시 다선거구(부춘, 삭남동)에 출마한 스물일곱의 청년후보 무소속 김후제 후보가 출마의지를 다지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정대희
선거사무실은 후미진 뒷골목에 있었다.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사무실을 차린 보통의 출마자와 다르다. 근처에 도착해 전화를 하자 젊은 청년이 마중을 나왔다. 충남 서산시의원에 도전장을 낸 청년후보 김후제(27, 다선거구)씨다.
서산시는 인구의 14.7%(2013년 기준)가 65세 이상인 고령화 도시다. 이 지역에서 27살인 그가 출사표를 던졌다. 그를 만나 연애를 포기하고 저축한 돈 털어 출마한 이유를 들어봤다. 다음은 지난 28일 선거사무실에서 나눈 일문일답이다.
- 젊은 나이에 지방선거에 출마했다."어릴 적부터 정치인이 되는 게 꿈이었다. 꿈을 실현하기 위해 출마를 결심했다."
-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아버지가 처음에는 완강히 반대했다. 4년 뒤에 출마하라고 타이르고 윽박지르더라. '그 돈으로 장가나 가라'고 하기도 했다(웃음). 하지만 이번이 아니면 다음도 없다는 생각에 혼자 준비하고 예비후보자에 등록했다. 지인 중 일부는 놀랐지만 대체로는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이다. 오래 전부터 주변 사람들에게는 출마의사를 밝혔었다."
- 실물과 선거포스터 사진이 좀 다르다. '뽀샵'(포토샵으로 사진 보정)을 너무 심하게 한 것 아닌가?"좀 과하다고 말하는 주민이 많다(웃음). 하지만 나는 만족한다. 동네 사진관서 찍었는데 잘 나왔다고 생각한다. 선거운동을 열심히 하다 보니 얼굴이 좀 상한 것도 있다. 감안해서 봐 달라."
- 여자 친구는 없나?"1년 전에 헤어졌다. 지금은 솔로다. 학창 시절 인기가 없는 편은 아니었다. 그런대로 괜찮았다. 당분간 연애는 포기다. 지금은 꿈을 좇는 게 더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뽀샵'은 좀 했지만... 주민 위해 일하겠다" - 준수한(?) 외모가 선거에 도움이 되나?"아니다. 오히려 반감을 산다는 걸 자주 느낀다. '멀쩡하게 생겨서 왜 선거에 나왔느냐'고 타박하는 어르신이 많다."
- 활발한 성격인가?"아니다. 조용하고 수줍음이 많은 편이다. 숫기가 없어 잘 모르는 이들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한다. 말을 하기보단 들어주는 쪽이다."
- 선거운동에 도움이 안 되는 성격인 듯하다."그렇지는 않다. 꿈을 향해 나아간다는 생각에 즐겁게 선거운동을 한다. 명함을 돌리다 보면 간혹 그냥 무시하고 스쳐가는 주민들이 있어 '멘붕'이 되기도 하기만, 아직 별다른 어려움은 없다. 아버지 지인 중 출마 경력이 있는 분이 계신데, 조언을 듣고 정신교육을 받아서 그런지 후회해 본 적도 없다."
- 학창시절은 어땠나?"아버지가 하던 사업이 IMF 시절 문을 닫았다. 그때부터 집안의 생계를 도맡아 아르바이트를 하루에 서너 개 했다. 학업과 병행할 수 없어 자퇴하고 나중에 검정고시로 고등학교를 졸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