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제안가장 높은 미술관, 가장 낮은 이야기
김준희
성북구 꼭대기 북정마을에는 '북정미술관'이 있다. 일찍이 시인 김광섭이 <성북동 비둘기>에서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라고 말했던 그 성북동에 있는 미술관이다. 예전에 일반 가정집이었던 건물을 조금 개조해서 미술관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일반적인 갤러리라고 하면 떠오르는 '화이트 큐브(White Cube)'와는 거리가 멀다.
하얀 벽면에 하얀 조명으로 장식된 갤러리가 아니라, 군데군데 금이 가고 패여있는 시멘트 벽으로 둘러싸인 공간이다. 이 동네는 아직도 재개발이 덜 된 30여 년 전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미술관 옆의 작은 상점에서는 대낮인데도 평상에 앉아서 술잔을 기울이며 언성을 높이는 동네 주민들이 있다.
"이 미술관은 닫아도 닫은게 아니고 잠가도 잠근게 아니에요. 여기 동네 주민분들이 이 미술관을 지켜주세요. 밤에 주무실때 되면 닫고 들어가시고 아침에 일어나면 열어두시고. 이런 곳에서 전시를 하니까 동네 주민분들하고 소통이 잘 되는 것 같아요."북정미술관에서 창립전을 진행하고 있는 예술인 그룹 '아트(ART)제안' 하민수(53) 대표의 말이다. '아트제안'은 현 시대의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갖고 사회참여적인 예술을 실현하려는 예술인들의 그룹이다. 하민수 대표를 포함해서 박설아, 오진령, 최준경 등 총 11명의 작가들로 구성되었고 연령대는 30대에서 50대까지 다양하다.
사회참여를 위한 '아트제안'의 제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