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료체납자 집단민원신청 기자회견
김정숙
대전에 거주하는 최아무개씨는 작은 카센터를 운영하다 빚이 늘어나 파산신청을 했다. 이후 소득이 없지만 매달 내야하는 건강보험료와 그동안 내지 못한 보험료를 합쳐 현재 170만 원 정도 체납한 상태다.
"파산한 지 얼마 안 되었고 다른 부채로 인하여 도시가스, 전기요금 등등 기본적인 것도 내기 힘든 상황입니다. 날마다 독촉장 속에 살고 있고, 어머니는 장애 1급에다 저 또한 만성질환으로 병원에 자주 가야 되는데 보험료가 체납되어 부당이득금이 발생할까봐 아파도 병원에 못 가고 있는 상황입니다."위 사례처럼 2008년 기준으로 급여 제한을 받고 있는 건강보험 체납자는 전체 지역가입자 712만 세대 중 200만 세대로, 모두 병원 이용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건강보험과 의료급여,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거대한 의료사각지대가 제도의 구조적 문제로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안타까운 사례 하나를 더 들어보려고 한다. 서울에 거주하는 김아무개(48)씨는 두 딸과 담도암으로 투병하고 있는 남편을 대신하여 요양보호사로 일하면서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김씨가 요양보호사로 일하면서 버는 돈은 한 달에 80만 원 남짓. 큰 딸이 이번 달부터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번 50만 원을 생계비에 보태고 있다.
"한 달에 130만 원으로 네 식구가 겨우 목숨만 유지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암으로 투병하고 있는 남편은 돈 때문에 치료도 거부한 상태입니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그 고통을 혼자 참고 있습니다. 그런데 건강보험공단에서는 체납된 보험료 때문에 고등학생 딸의 급식 통장까지 압류해버렸습니다."이렇듯 현재 건강보험 체납 가구의 대부분은 연 소득이 1000만 원 미만인 저소득층이다. 이들이 아파서 병원에 갈 경우, 높은 의료비 부담으로 인해 오히려 의료급여 수급자보다 소득이 더 낮아진다. 의료비가 빈곤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건강보험마저 체납되면 이들은 병원 문턱을 밟아보기도 전에 스스로 치료를 포기하게 된다.
양극화와 불평등의 심화로 의료사각지대는 점점 더 넓어지고 있지만 정부는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적극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에서 장기체납자에 대한 건강보험 체납분에 대한 결손처분(구체적으로 확정된 조세 채권이 일정한 사유의 발생 또는 존재로 징수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그 납세 의무를 소멸시키는 징세관서의 처분)을 진행하고 있지만, 체납자들에 대한 도덕적 해이와 형평성을 이유로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장기체납자 중 89%가 연 소득 500만 원 미만으로 살아가고 있고, 체납액이 100만 원 이상이거나 2년 이상 체납이 지속되는 장기체납자들 대부분은 불안정한 일자리, 소득이 전혀 없는 빈곤층이다. 많은 체납자들이 대부분 건강보험료를 낼 경제적 형편이 되지 못하고 소득 자체가 없는 경우도 다반사다. 또 위 사례처럼 소득이 매우 적어 인간이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생활비를 해결하고 나면 사실상 다른 경제적 여유가 없는 것이다.
하루를 살기에도 힘겨운 이들에게 체납보험료는 적은 돈이 아니다. 100만 원도 되지 않는 돈으로 가족들과 살아간다고 상상해보라. 불안정한 일자리, 어떤 방법으로도 갚을 수 없는 빚 등이 이들을 짓누르고 있는데 건강보험료 체납은 이들의 고통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사회안전망이 미약하여 이들이 빠르게 빈곤으로 추락하고 있는 동안 의료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건강권에 대한 포기 아닌 포기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건강보험료 체납 문제를 해결하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