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대선시 노란 리본노이노이 아키노가 대통령 후보였을 때 만든 '부정부패없는 정부'를 수립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리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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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라손 아키노 대통령의 죽음은 다시 한 번 노란 리본의 기적을 일으켰다. 2010년은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였다. 마카파갈 전 대통령의 딸이었던 글로리아 마카파갈 아로요가 대통령의 임기를 마감하고 있었다. 당시 아로요 대통령은 재직 기간의 각종 비리로 처벌받는 것을 피하려고 내각제 개헌을 통해 영구집권을 획책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었다.
당시 대표적 야당이었던 자유당의 대통령 후보는 상원의원 마 로하스였다. 다가올 대통령 선거에 한참 관심이 고조되었을 때 전임 대통령이었던 코라손 아키노가 지병으로 사망하였다. 필리핀 전국은 노란 리본의 추모 물결로 뒤덮였다.
사람들의 관심은 당시 상원이었던 아키노 부부의 아들 '노이노이' 아키노에게 쏠렸다. 이미 대통령 후보로 지명되었던 로하스는 "아로요의 독재정치 연장을 막기 위해서, 필요하다면 노이노이에게 후보 자리를 양보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잠시 잠적하였던 노이노이 아키노는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을 하였고, 부정부패를 일소하기 위해 '규제를 강화하고' 서민들을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하였다.
다시 한 번 필리핀 전역을 뒤덮은 노란 리본은 여러 형태로 발전하였다. 처음에는 한가지 크기의 노란 리본이었다. 자원봉사자와 지지자들은 노란 두루마리 끈을 끊어 리본을 만들어 배포하였다. 시내 주요 지점에서는 노란 리본을 나누어 주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자 노란 리본 스티커가 나왔다.
스티커의 크기는 다양해서 자가용과 트럭에 붙일 만큼 큰 것도 있었고 핸드폰에 붙이는 조그마한 것도 생겼다. 노란 옷감을 기부받은 지지자들은 노란 티셔츠를 만들고 검은 리본 모양을 새기기도 하였다. 노란 소파, 노란 옷장, 심지어 노란 휴지통이 나왔고 노란 헤어밴드, 노란 귀걸이, 노란 손목시계, 노란 신발 등도 유행했다. 노란색은 이제 추모의 상징을 넘어 희망의 상징으로 발전하였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한 달이 넘었다. 아직도 많은 사람이 이 비극을 잊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지금도 분향소에는 어린 학생들과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추모 행렬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거리에 아직도 걸려 있는 많은 현수막들은 "미안합니다. 그리고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무엇을, 왜 잊지 않겠다는 것일까?
정부는 이 문제를 선장과 선주 개인의 도덕성에 초점을 맞추고 연일 그들을 비난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에게는 5억 원의 현상금까지 걸었지만 아직도 체포하지 못하고 그대로다.
공중파 방송과 일부 종편 등 보수 언론에서는 참사 이후 한 명도 추가로 구조하지 못한 정부의 무능함과 무책임함이 거론되는 것을 철저히 막으려 하고 있다. KBS 사장은 방송 통제 의혹으로 앵커와 기자들에게 퇴진 요구를 받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수차례에 걸쳐 사과하고 눈물까지 보였다. 왜 처음 사과했을 때 재난에 확실하게 대처하여 일을 마무리짓지 못했을까?
작은 움직임들이 모여 큰 기적을 이루지 못했음이 분명히 드러났다. 이제는 그 어떤 움직임으로도 안타깝게 희생된 이들을 다시 돌아오게 만들 수는 없다. 너무 늦었지만, 어떤 방법을 통해서라도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했으면 좋겠다. 국민들이 대단한 움직임들을 일으켜서 그런 작은 기적이라도 이루었으면 좋겠다. 대한민국에서도 노란 리본이 이제 추모의 상징을 넘어 반성의 상징, 희망의 상징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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