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9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지동시장에서 남경필 새누리당 의원이 "경기도의 미래를 위해 저에게 주어진 시대적 소명을 다하겠다"며 경기도지사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글을 쓰는 사이,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됐습니다. 언론에서는 '혁신과 복지를 내세운 새누리당의 남경필 후보 vs. 경제와 경륜을 강조하는 새정치민주연합의 김진표 후보'의 양자구도가 격돌하면서 여야 후보가 뒤바뀐 듯한 묘한 양상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저는 앞서
'착한 정치컨설팅 2'에서 말한 것과 같이, '상대측의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자신의 이슈 어젠다에 계속 포커스를 맞추도록 한다'는 소위 중도층 포섭전략(이슈 선점·해결의 법칙, 삼각주의, Triangulation)의 일환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유심히 봐야 하는 것은 선거운동 시작과 함께 가장 먼저 양측이 충돌한 김진표 후보의 공약 '보육교사의 교육공무원 전환' 어젠다입니다. 이 공약은 경기지사 선거쟁점으로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어린이집의 보육교사를 교육공무원(김진표 후보 표현대로 한다면 사립학교의 준공무원 수준)으로 전환하는데 드는 '돈' 문제로 격돌하는 겁니다. 이 문제가 큰 어젠다라 것은 보육교사와 가족 등, 이 공약문제로 인해서 표를 좌우할 만한 유권자가 최소 20만 명 이상이고 보육과 복지에 민감한 30~40대 주부들의 표심을 자극할 만하기 때문입니다.
'혁신과 복지를 내세운' 남경필 후보는 이를 포퓰리즘 공약이라며 공격하고 있고, '경제와 경륜을 강조하는' 김진표 후보는 돈 별로 안 든다며 방어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어젠다가 선거의 큰 쟁점으로 부각된다면 김진표에게 승산이 있습니다. 어젠다는 먼저 던지는 쪽이 유리하며 그 유리한 지점부터 갈라치기 전략을 사용해서 공약을 극대화해야 합니다.
김진표의 공약에 찬성하는 편과 그렇지 않은 편으로 나뉘어 버리는 것이죠. 어차피 선거란 대규모 유권자 패싸움이기 때문에 결집도가 높은 쪽이 이깁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수도이전'이라는 충격적 공약을 통해 충청도 민심에 대해 갈라치기 전략을 구사한 사례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입니다. 그때 노무현 후보는 수도이전에 드는 비용 문제에 대범하게 대처했습니다.
선거 시기에 유권자는 말로는 인물과 정책을 보고 투표를 한다고 하지만 그런 유권자는 10%에서 많아야 20%입니다. 대부분은 정당에 따른 투표 혹은 바람에 따른 투표를 하지요. 그렇기 때문에 김진표에게 더 유리합니다. 현재 유권자의 인식 속엔 과거 한미FTA를 추진하려고 했고, 론스타 먹튀가 연상되는 김진표는 없습니다. 세월호 참사로 분노투표를 하는데 마침 거기에 김진표가 있는 겁니다.
그렇다면 이번 선거에 이기기 위해서라면 자신의 정체성을 더 왼쪽으로 옮겨야 하는 것인데 마침 김진표가 내세운 공약은 여기에 부합하는 겁니다. 김진표의 정체성이 왼쪽으로 옮겨지는 공약인 것이죠. 여기에 딴죽을 거는 남경필 후보 측은 속절없이 말려들고 있는 겁니다. 이미 공격을 시작했으니 멈출 수도 없고, 계속 공격을 하자니 김진표 후보의 공약을 선전해 주는 꼴이 되니까 말이죠.
답은 나왔다, 상대의 이슈전환을 경계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