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갱도뱀처럼 구불구불 이어지는 지하사령부 갱도가 음침하다.
노시경
당시 지하 사령부의 총길이는 450m. 현재 관람이 가능한 곳은 275m이지만 지하 사령부의 중요한 부분은 다 공개돼 있다. 지하 갱도 입구에서 보니 좁은 계단이 뱀이 똬리를 틀듯이 상당히 깊게 아래로 펼쳐져 있다.
갱도를 약 20m 내려가서 지하 사령부의 지도를 보니 입구에서 자동차 P턴 하듯이 돌아보고 출구로 나가게 돼 있다. 조명이 어둡고 음침해서 마치 어두운 지하세계로 들어가는 듯하다. 혼자 내려가라고 하면 두려움을 느낄만한 곳이다. 고등학교 때 학교에서 단체로 답사했던 우리나라 비무장지대의 땅굴의 모습이 겹쳐진다.
마치 땅굴처럼 지하에 파놓은 갱도 안에는 작전실, 막료실, 사령관실, 하사관실, 암호실, 의료실, 발전실, 비상통로 등 전쟁 당시의 공간이 있다. 각 방마다 일본어와 영어로 간략하게 각 방에 대한 설명이 돼 있어서 각 방의 용도를 이해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없다. 구해군사령부호는 70∼80cm 폭에 높이 2m 정도의 좁은 갱도가 구불구불 연결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제주도에 있는 가마오름 일제 동굴진지와 쌍둥이처럼 닮았다.
방공호 내부에는 사람이 많지 않지만 젊은 일본인 방문객 몇 명이 숙연한 표정으로 우리 뒤를 따라오고 있다. 여러 방을 들고 나오면서 그들과 몇 번 얼굴을 부딪쳤다. 그들은 전혀 떠들지도 않고 아주 경건한 태도로 속삭이듯이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지하사령부를 둘러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