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선장의 죄값은 과연...

부작위와 피해자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 밝혀내는 것이 관건

등록 2014.05.21 14:14수정 2014.05.21 14:14
0
원고료로 응원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이나 법에 대하여 갖는 정서를 '법감정'이라 한다. 여기에 국민의 정서와 여론이 가미된 것을 우리는 '국민 법감정'이라고 한다. 어떤 비도덕적이고 반인륜적인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면 가해자의 처벌을 요구하는 국민의 여론과 공감대가 형성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국민이 사법부 혹은 국가에 요구하는 법의 잣대일 수밖에 없으며, 국민 법감정과 현실은 다르기 마련이다.

얼마 전 칠곡계목사건에서도 보았듯이 당시 계모는 자신의 아이를 수차례의 폭행과 학대를 해왔으며 이에 아이가 사망한 사건이었다. 이 사건이 알려지면서 국민은 계모에게 분노를 느끼면서 아이의 죽음에 한없이 안타까워했다. 당연히 국민은 계모를 사형에 처해야 한다는 뜨거운 여론과 법감정을 쏟아내었다. 그러나 1심 공판 결과 법원은 가해자인 계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하였다. 국민 법감정을 생각한다면 턱없이 부족한 결과이다.

1970년 12월 14일 부산과 제주를 오가는 남영호는 승객 338명을 태우고 제주 서귀포항을 출항하였다. 항해하던 배는 다음날 새벽 해상에서 선체가 갑자기 기울어져 전복돼 침몰한 사고였다. 과적, 항해 부주의, 신속하지 못한 대처가 원인으로 326명이 사망한 사고였다. 당시 검찰은 선장에게 살인죄를 적용했지만, 법원은 인정하지 않았다. 이렇듯 국민의 법감정과 법원의 판결은 다른 경우가 많다.

지난 15일 검경합동수사본부로부터 세월호 선장, 기관장, 1, 2등 항해사에게 부작위에 의한 살인, 살인미수, 특별범죄 가중처벌법 위반, 업무상 과실, 선박매몰, 수난구호법 위반, 선원법 위반 혐의를 받았고 기소했다. 내달 10일 첫 공판일정이 잡혔고 광주지법은 집중심리와 공정한 재판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이 선장, 기관장, 1, 2등 항해사에게 적용한 혐의는 미필적고의에 따른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미필적고의 그리고 부작위와 살인과의 인과관계가 중요하다. 칠곡계모사건이나 남영호 침몰사고에서 보았듯이 가해자의 행위 즉 미필적고의나 부작위에 의한 살인과의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았던 것을 보면 그 중요함을 알 수 있다. 가해자가 칼을 들고 피해자에게 상해를 입혀 죽음에 이른 직접적인 원인이 없기 때문이다.

판례(93도3612)-살인의 실행행위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 유무의 판단기준

살인의 실행행위가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결과를 발생하게 한 유일한 원인이거나 직접적인 원인이어야만 되는 것은 아니므로, 살인의 실행행위와 피해자의 사망과의 사이에 다른 사실이 개재되어 그 사실이 치사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실이 통상 예견할 수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면 살인의 실행행위와 피해자의 사망과의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판례(95도2551)-형법상 부작위범이 성립되기 위한 작위의무의 내용과 그 태양

형법상 부작위범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형법이 금지하고 있는 법익침해의 결과 발생을 방지할 법적인 작위의무를 지고 있는 자가 그 의무를 이행함으로써 결과 발생을 쉽게 방지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의 발생을 용인하고 이를 방관한 채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에, 그 부작위가 작위에 의한 법익침해와 동등한 형법적 가치가 있는 것이어서 그 범죄의 실행행위로 평가될 만한 것이라면, 작위에 의한 실행행위와 동일하게 부작위범으로 처벌할 수 있고, 여기서 작위의무는 법적인 의무이어야 하므로 단순한 도덕상 또는 종교상의 의무는 포함되지 않으나 작위의무가 법적인 의무인 한 성문법이건 불문법이건 상관이 없고 또 공법이건 사법이건 불문하므로, 법령, 법률행위, 선행행위로 인한 경우는 물론이고 기타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사회상규 혹은 조리상 작위의무가 기대되는 경우에도 법적인 작위의무는 있다.


세월호 사건 역시 선장의 비인간적이고 반인륜적인 행동으로 마땅히 살인죄를 주어야 할 것이다.

승객을 구호할 의무가 있는 선장은 해상교통관제센터의 승객 대피 지시까지 무시했으며, 승객들에게 "선실에서 대기하고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만 내보낸 뒤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해경의 구조정이 도착하자 자신만 살겠다고 빠져나온 정황을 보았을 때 선장의 역할을 하지 못한 부작위에 해당한다.

또한, 세월호의 선장은 침몰 당시 무전기와 선내 방송장치, 비상벨 등을 이용해서 충분히 승객들을 구조할 수 있는 장치와 시간도 있었다. 자신이 먼저 탈출을 한 것은 자신뿐 아니라 승객들의 목숨도 위태롭다는 상황판단에서 이루어진 행동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이것은 미필적고의에 의한 살인행위에 해당한다.

해상에서 운항 중인 선박에서의 선장의 지위는 막강하다. 특히 선원과 승객 및 화물의 안전에 관한 어떠한 조치도 취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 더불어 사법상의 지위에서 선박 소유자의 대리권을 수여받기도 한다. 그만큼 해상에서 운항 중인 선박은 항상 위험을 수반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권한이 있으면 그 책임 또한 막중하다고 하겠다. 선박법 제11조(선박위험시 조치)에 보면 '선장은 선박에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에는 인명, 선박 및 화물을 구조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다하여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선장의 직무는 법적인 의무이며 동시에 형법적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은 범죄의 실행행위로 부작위범에 해당한다.

한편, 검찰이 희생자 281명(15일 기준)에 대한 부작위에의한 살인죄를 선장의 혐의로 기소한 상태이다. 선장이 법적으로 미필적고의나 부작위에 인한 살인죄가 성립한다고 해도 희생자 각각의 사망과의 인과관계를 밝히는 것도 문제이다.

특별법우선의 원칙에 따라 선장의 행동은 근로자보호법으로도 보호받지 못한다. 그만큼 선장의 권한과 책임은 크다고 할 수 있다. 수많은 승객을 남겨두고 자신의 목숨만 부지하기 위해 탈출한 행동은 비난뿐 아니라 그 죄를 엄히 다스려야 할 것이다. 국민의 법감정으로는 사형죄를 적용해야 한다고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법감정일 뿐이다. 나 또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감정 역시 국민 법감정과 다르지 않다.

국민의 법감정이나 인과관계를 밝히기 쉽지 않지만, 법치국가라면 최소한 국민이 이해가 가는 형벌을 줘야 한다.
#세월호 #선장 #검찰기소 #재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일과 학업을 병행하는 평범한 한 아이의 아빠이자 시민입니다. 상식이 통하는 사회, 우리 아이들은 조금 더 밝고 투명한 사회에서 살기를 희망합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라면 한 봉지 10원'... 익산이 발칵 뒤집어졌다
  2. 2 "이러다간 몰살"... 낙동강 해평습지에서 벌어지는 기막힌 일
  3. 3 한밤중 시청역 참사 현장 찾은 김건희 여사에 쏟아진 비판, 왜?
  4. 4 주민 몰래 세운 전봇대 100개, 한국전력 뒤늦은 사과
  5. 5 "곧 결혼한다" 웃던 딸, 아버지는 예비사위와 장례를 준비한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