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평화회담 5가지 테마 진행 인포 그래픽이미 3가지 테마에 대해서 합의를 하였고, 무장갈등 테마에 대해서는 협상이 진행 중이다. 희생자 문제까지 마무리가 잘 되면, 콜롬비아는 반 세기만의 최대 무장 게릴라 조직이 해체되면서 평화의 시대로 접어들게 될 것이다.
안준모
마약문제는 회담 시작 이전부터 치열하게 논쟁이 오갔던 분야이다. 마약문제에 관해서 기존의 콜롬비아 정부 대책은 '대증요법'(對症療法) 성경이 강했다. 그 중 가장 노골적으로 현상제거에 집착했던 사례가 바로 콜롬비아 계획(Plan Colombia)이다.
1998년 임기 첫 해 안드레스 파스트라나(Andres Pastrana) 대통령은 의욕적으로 Farc과의평화협상을 진행시켰다. 파스트라나 대통령은 직접 Farc을 만났으며 정전지역까지 설정하였다. 그러나 평화회담은 좌절됐고 파스트라나 대통령은 1999년 클린턴 행정부와 함께 마약조직 및 좌익게릴라 소탕을 목적으로 하는 콜롬비아 계획을 시작하게 된다.
이미 미국은 Farc과 ELN(민족해방군)을 테러리스트 조직에 포함시킨 상태였다. 콜롬비아 계획으로 테러와의 전쟁은 더욱 가열차졌고 이전보다 더욱 게릴라조직을 압박해 들어갔다. 미국은 Farc과 ELN을 테러리스트 조직으로 포함시키는데 그치지 않고 콜롬비아 게릴라조직들에게 마약 밀매집단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덧씌우기 시작했다.
물론 Farc은 마약밀매를 부정하며 미국 정부의 이미지 조작을 비난했다. 마약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과 콜롬비아 정부는 '공중제초제 살포' 방법을 택했다. 비행기를 이용하여 마약 재배지역으로 추정되는 지역에 막대한 양의 제초제를 살포하는 작전이었다. 미국 당국은 '공중 제초제 살포' 작전이 효과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콜롬비아 계획을 두고 미국의 주장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먼저 마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뿌린 제초제가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하지 못한 채 '풍선효과'만 유발했다는 점이다. 제초제로 인해 코카인 재배지를 잃은 농민들은 기존의 땅을 버리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 그만이었다.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하지 못한 채 정부군과 마약 재배자들 간의 숨바꼭질이 계속됐다.
콜롬비아에서 개인소작농이 기존 농업활동만으로 생계를 유지하기는 어렵다. 결국 빈농층은 생존을 위해 불가피하게 마약재배를 시작한다. 당장 빵이 없어 굶어죽어가는 자국민들을 책임지지도 못하면서 콜롬비아 정부군은 무차별적으로 작전을 감행한 것이다.
이밖에도 제초제로 인해 해당지역 거주민들이 신체적 피해를 입었으며 생태계에도 문제가 발생했다. Farc의 경우 경작지를 강제 불구화 할 것이 아니라 마약 최종소비자,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이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보았다. '수요 – 공급' 원리에 따르면 수요가 사라지지 않는 이상 공급도 사라지지 않는다. 북반구 나라들의 '마약 수요'는 묵인하고 '공급'을 옥죈 결과, 공급은 더욱 음성화되고 더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했다.
언론 발표를 통해 드러난 두 가지 중대한 변화콜롬비아 정부와 무장혁명군 간의 입장차이를 고려했을 때 이번 마약문제 근절 합의는 의미가 크다.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가 안됐지만 언론발표를 통해 드러난 합의내용에 두 가지 중요한 변화를 발견할 수 있다.
언론 발표를 통해 콜롬비아 정부와 무장혁명군은 마약문제 근절을 위한 활동에 '불개입 원칙'을 준수하겠다고 밝혔다. 문제 해결을 위해 개입이 발생하더라도 국제협력의 틀 안에서 조정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마약문제에 관해서 불개입을 언급한 것은 주목할만한 변화이다. 외국과는 국제 협력의 틀안에서 공조하게 된다. 언론 발표 내용은 콜롬비아 계획에 대한 전면적 수정이라 볼 수 있다. Farc이 늘 미국의 콜롬비아 개입을 비판했던 것에 비추어보면 Farc의 입장이 이번 협상에 적극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평화회담이 완료된다면 콜롬비아 마약문제에 미국이 더 이상 일방적 개입을 하기 어려워인다. 대신 콜롬비아는 현재 회원국으로 활동 중인미주기구(OAS), 라틴아메리카-카리브해 국가공동체(CELAC)및 남미국가연합(UNASUR)과 같은 국제기구를 바탕으로 마약근절작전을 전개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미주기구의 경우, 조직 내 미국의 입김이 강한편이다. 하지만 미국이 참여하지 않는 CELAC이나 UNASUR를 중심으로 작전이 전개될 경우 마약문제 해결을 위한 주도권은 온전히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이 쥐게 된다. 이와 관련하여 향후 콜롬비아 내 미군기지 지위가 어떻게 변할지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콜롬비아 정부와 무장혁명군은 코카잎 이용 형태에 대해서도 진보적인 입장을 도출했다. 언론 발표에 따르면 양측은 의료를 목적으로 한 코카잎 이용을 허용하였다. 비록 어디까지 의료(médico) 목적으로 허용할지에 대해서 공개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마약문제와 관련하여 논의되었던 내용들을 되짚어보면 언론 발표에서 언급한 의료목적이 무엇인지 예상할 수 있다. 취임 1년차에 산토스 대통령은 마약문제의 해결을 위해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마약 합법화'를 제안한 바 있다. 올해 초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산토스 대통령은 '마약합법화'를 주제한 토론에 나와서 자신의 의견을 적극 밝힌 바 있다. 토론에서 산토스 대통령은 "몇몇 국가정상들은 이 주제(마약 합법화)를 다루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퇴임하고 난 뒤 이 문제에 목소리를내죠. 이유가 뭘까요? 이 문제가 너무나 민감한 사안이기때문입니다"라며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았다.
산토스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일관되게 마약문제에 대한 유연한 접근을 강조하였다. '불개입 원리'에서 Farc의 의견이 적극 반영됐다고 하면, 코카잎의 이용에 대한 유연한 접근은 산토스 대통령의 의견이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마약중독상태를 제거의 대상으로 보고 강력하게 처벌하기 보다는 국가에서 질병으로 간주하고 통제 범위안에서 꾸준히 관리하자는 입장이다. 이는 최근 마리화나를 합법화를 통과시킨 호세 무히카 우루과이 대통령의 입장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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