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의 작업 장면.
현대중 노조 제공
고용노동부에서 집계한 산재사망자수의 경우 ▲ 2001년 이전 본청 사망자는 집계하지 않았고 ▲ 2008년 이전 하청업체 사망자와 하청업체 질병사망자는 확인이 불가능해 집계하지 않은 수치다. 2014년 4월 기준 하청업체는 548곳, 3만6841명에 이른다. 이처럼 현대중공업 42년의 역사 가운데 산재사망수의 '공식집계가 13년여밖에 이루어지지 않았고, 계열사인 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의 통계마저 빠져 있기 때문에 실제 산재사망자수는 총 97명보다 훨씬 많을 가능성이 높다.
노조쪽에서는 "창사 이래 산재로 사망한 노동자는 300명 이상이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의 한 관계자는 "노조가 1987년부터 노보를 만들어왔으니 그것을 살펴보면 대략적인 산재사망자를 집계할 수 있다"라며 "현장 사망뿐만 아니라 진폐 등을 앓다가 돌아간 분까지 합치면 더욱 많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노조에서는 1990년부터 2000년 초까지 산재사망자 위령탑을 세우자고 사측에 요구했다"라며 "하지만 그때 정 후보가 경영 일선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노조의 위령탑 건립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상대후보 비판에 방어 차원에서 '사과 말씀'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는 현대중공업의 대주주다. 그는 현대중공업의 지분 10.15%(771만7769주)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를 시가총액으로 환산하면 1조7000억 원에 이른다. 그는 지난 1975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해 상무를 거쳐 만 30살이 되던 지난 1982년 현대중공업의 사장 자리에 올랐다.
당시 부친인 정주영 회장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그의 저서 <기업경영이념>을 읽은 뒤 "네가 중공업을 맡아라"라고 말했다고 전해진다(정몽준, <나의 도전 나의 열정> 중). 주변에서 "형들을 제치고 현대중공업 사장이 됐다"라는 불편한 소리를 들으며 부친의 '낙점'을 받았기 때문에 회사를 아끼는 마음이 클 수밖에 없다.
정 후보는 이후 회장과 고문을 거쳐 지난 2002년에서야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고 하지만 지분소유 등을 헤아릴 때 정 후보의 영향력은 현대중공업에서 절대적이다. 현대중공업의 한 직원은 "정 후보의 중·고·대학 동창인 이재성 현 회장은 그의 재산관리인에 불과하다"라며 "현대중공업은 정 후보가 지시해야 움직이는 기업이다"라고 전했다.
그런 점에서 정 후보가 현대중공업 경영 일선에서 떠났다고는 하지만,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 과정에서 일어난 산재사망사건에 어떤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6·4 지방선거 경쟁자인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쪽은 16일 "정 후보는 서울 시민의 안전을 논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라며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에게 진심어린 사과부터 하라"라고 공세를 폈다. 한정애 대변인도 지난 14일 "부끄러움조차 모르는 정몽준 후보에게 '안전한 서울'을 바라는 것은 위험한 도박이다"라고 말했다.
정 후보는 현대중공업의 산재사망사건에 "유족분들께 심심한 사과 말씀을 드린다"(4월 29일)거나 "책임을 느낀다"(5월 11일)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러한 발언들조차도 당내 경쟁자였던 김황식 후보가 TV토론회 등에서 "현대중공업은 최근 8명의 노동자를 사망시킨 안전사고를 일으킨 안전불감증이 심한 기업이고, 정 후보도 그런 안전사고, 안전불감증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라고 공세를 펴자 '방어 차원'에서 나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