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후보 토론회 참석한 정몽준-박원순19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울시장 여-야 후보 관훈토론회에서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와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서울시장 후보가 참석하고 있다.
이희훈
이쯤 되니까 여권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고, 야권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환호작약합니다. 문제없이 이긴다는 것이죠. 하지만 저는 조금 다른 의견을 내겠습니다. 한 마디로 현재 박원순 후보에게 유리한 국면이 조성되고 있고, 정몽준 후보에게는 악재가 쏟아지고 있기는 하나 결코 고정적이지 않다는 것입니다.
경쟁에서 앞서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누구나 해이해지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그때가 가장 위험한 시점입니다. 박원순 캠프도 안심하고 있다가 한 방에 훅~ 갈 수 있다는 이야기지요. 근거는 바로 '보수의 결집+캠프의 나태+돌발변수의 출현'입니다.
[근거①] 예측할 수 없는 보수의 결집현재의 상황은 분명 정부여당과 정몽준 후보에게 불리합니다. 안 그래도 불안한데 정몽준 후보 막내아들의 '미개' 발언과 아내의 '두둔' 발언이 기름을 끼얹은 형국입니다. 현재까지의 상황만 놓고 보면 정몽준 후보의 당선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보수의 결집'을 생각했을 땐 말이 달라집니다.
'세월호 침몰'이라는 어마어마한 사태는 여당이나 야당 모두 다루기가 힘든 '양날의 칼'이기 때문입니다. 일반 국민들의 현재 인식은 여당이나 야당이나 그놈이 그놈인 상황이고 그나마 박근혜 정부의 대처가 엉망이기 때문에 분노의 촉이 그쪽으로 좀 더 뻗어 있는 상황입니다. 위에서 말씀 드린 바와 같이 젊은층의 분노투표, 어르신층의 적극투표 의지결여의 현상이 현재 벌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칫 현재의 정국이 걷잡을 수 없는 상황(박근혜 정권과의 첨예한 대립상황)에까지 이를 경우, 어쩌면 보수의 결집은 손쉽게 이루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
상황이 이렇게 바뀐다면, 이에 가장 큰 원인을 제공하는 건 '야당의 리더십 실종'일 겁니다. 아픈 유족의 마음을 다독이고 근본적 문제점을 지적하며 새로운 대안과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 것이 야당의 리더십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상황을 보았을 때, 야권에는 이런 역할을 할 만한 리더십이 결여되어 있습니다. 국민들이 세월호 참사에 대처하는 정부여당의 무능을 질타하는데도 야당의 지지율이 올라가지 않는 것은 야권의 리더십 결여돼 있음을 잘 보여줍니다.
이를 틈타 보수가 결집할 수 있습니다. 이미 60대 이상의 보수의 결집은 앞에서 말씀 드린 바와 같이(50.8%→54.4%) 현상으로 증명되고 있습니다. 종편을 비롯해서 여러 언론에서는 의도적으로 보수의 결집을 부추기고 있지요. 6월 '호국의 달'이면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근거②] 방심하는 순간, 훅 간다...캠프의 나태이 부분은 캠프 구성원이 게으르다거나 자만심에 빠져있다거나 하는 '모욕'적인 차원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상황의 엄중함에 비해 치열함이 부족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박원순 시장은 다섯 가지 제안을 했습니다. ①안전 공약 여야 공동 마련 ②유세차 없는 선거 ③세 과시하지 않는 선거 ④돈 안 드는 선거 ⑤네거티브 없는 선거 등이 그것입니다. 그리고 박원순 후보의 이 제안을 재빨리 받아들인 새누리당 경기도지사 후보 남경필은 이른바 '3무(無)선거'라는 제안을 했습니다. 유세차, 로고송, 네거티브가 없는 선거를 치르자는 것이죠.
이에 대해서 새정치민주연합의 경기도지사 후보 김진표는 3필(必) 선거를 역제안 했지요. ①치열한 정책토론 ②철저한 인물검증 ③도민의 알권리 보장이 그것입니다. 박원순→남경필 →김진표로 이어지는 논쟁은 그저 표면상에 나타나는 이야기일 뿐 실제로는 '정치를 어떻게 보는가?'하는 철학적 배경이 깔려 있습니다.
유세차 없고, 세 과시 하지 않고, 돈 안 들고, 네거티브 없는 선거는 어쩌면 언뜻 대단히 좋아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이야기 자체가 반(反)정치 정서와 정치혐오증에 기반을 둔 사고라는 것입니다. 정치는 정치로 풀어야지 반 정치와 정치혐오증으로 푸는 것은 온당하지 않을뿐더러 효과적이지도 않습니다. 종국에는 실패하게 됩니다. 안철수의 새정치가 이제 와서 저 비극(?)으로 치닫는 것은 그의 새정치 콘텐츠가 '반 정치' 혹은 정치혐오증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심각한 것은 정당 지지도입니다. 이 난리 통에도 새누리당의 정당 지지율은 새정치민주연합에 비해 더 높습니다. 이는 새누리당이 새정치민주연합에 비해 일체감을 가진 유권자가 더 많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