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문화제애 참석한 초등학생
조호진
17일 오후 7시30분 경기도 의왕시 청계마을 주민 8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청계근린공원에 동네 촛불이 켜졌다. 청계마을 촛불의 중심은 '청계자유발도르프학교'(청계자유학교) 학부모와 학생들인데 배후도, 조직도 없이 스스로 촛불을 켜서인지 청계광장 촛불에 비해 소박하고 엉성했다.
동네 사람 몇몇과 함께 촛불추모제를 준비한 청계자유학교 학부모 정영철(47)씨는 세월호 실종자 수 백명 중에 한 명도 살리지 못한 정부의 무능함과 부패한 정부 시스템 그리고, 각종 의혹을 제기하면서 "어린 학생들의 생명과 맞바꿔야 하는 것이 무엇이었는지 우리 모두에게 진정 묻고 싶어서 촛불로 모이자고 했다"고 동네 촛불을 켠 이유를 설명했다.
청계자유학교 학부모 고경이(여·46)씨는 가족치료 분야의 선구자인 버지니아 사티어(1916~1988)의 "인간이 생존을 위해서는 매일 네 번, 삶을 지탱하기 위해서는 매일 여덟 번, 성장하기 위해서는 매일 열두 번 껴안아 주어야 한다"는 '포옹'이란 제목의 글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안산 단원고 학생들은 세월호 참사로 숨졌는데, 우리는 이렇게 살아 있다"며 "소중한 생명끼리 서로 포옹하며 촛불을 들자"고 제안했다. 죽음을 강요하는 권력에 맞서기 위해서는 서로를 안아야 한다고 은은하게 선동하면서 '우리 오늘 눈물로'(고형원 작사,곡)라는 노래 가사를 낭송했다.
우리 오늘 눈물로한 알의 씨앗을 심는다꿈꿀 수 없어 무너진 가슴에저들의 푸른 꿈 다시 돋아나도록
우리 함께 땀 흘려 소망의 길을 만든다내일로 가는 길을 찾지 못했던저들 노래하며 달려갈 그 길그날에 우리 보리라 새벽이슬 같은 저들 일어나뜨거운 가슴 사랑의 손으로 이 땅 치유하며 행진할 때오래 황폐하였던 이 땅 어디서 순결한 꽃들 피어나고푸른 정의의 나무가 가득한 세상 우리 함께 보리라매주 토요일, 동네 촛불 켜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