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A 총영사관 벽면은 희생자를 추모하는 글과 실종자의 생환을 기원하는 글로 가득차 있다.
이철호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벌써 한 달이 지났다. 300여 명이 사망했고, 그 중 250여 명은 아직 꽃을 피워보지도 못한 어린 학생들이다. 그리고 19명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도 못한 채 저 남쪽 바다 어딘가에서 떠돌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이 참사에 슬퍼하고, 이 참사를 만들어낸 무능한 국가와 시스템에 분노한다. 다만 이 슬픔과 분노에 공감하지 못하는 정부, 여당과 이들에 동조하는 세력은 아직도 다수로 한국사회를 지배한다. 어쩌면 이것이 더 슬프다.
세월호 참사에 슬퍼하고 분노하는 것은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국민들만은 아니다. 미주에 사는 한인들도 지난 한 달 동안 한국 방송과 신문을 보고 들으며 똑같이 슬퍼하고 분노했다. 미주 여성 온라인 커뮤니티인 'MissyUSA' 게시판에서 시작된 <뉴욕타임즈> 광고 게재 모금운동은 단 며칠 만에 예정했던 금액을 훨씬 상회하였다.
<뉴욕타임즈>에는 5월 11일에, <워싱턴포스트>에는 5월 16일에, 세월호 참사의 진실규명과 한국의 언론보도 행태를 규탄하는 전면광고가 실렸다. MissyUSA 게시판에서 만난 주부들은 미 전국 37개 도시에서 동시 집회를 조직하기 시작했다. 이미 많은 도시에서 순차적으로 집회가 열렸고, 오는 5월 18일에는 동시 집회가 열린다.
사고가 일어난 지 사흘째 되던 날 로스앤젤레스 총영사관 앞에는 작은 '기원소'가 만들어졌다. 평소 알고 지내던 세 사람이 작은 책상 하나와 초 몇 개로 시작한 이 추모의 장소는 SNS를 통해 더 사람들이 힘을 더하게 되었다. 그동안 수백 명의 사람들이 이곳을 찾았다. 추모를 위해 사람들이 가져온 초와 꽃이 넘쳐서 책상을 더 큰 것으로 바꾸어야 했다.
총영사관 정문 벽면은 생환에 대한 염원과 안타까움이 담긴 노란색 메모지로 가득하게 되었고, 주차장 철조망은 노란 리본으로 메워졌다. '기원소'가 차려진 지 일주일 정도가 지나 총영사관은 영사관 내에 생화로 장식한 분향소를 마련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이 남루한 '기원소'에 모인다. 실종자의 생환은 더 이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모두 알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이 장소를 '분향소'라고 부르지 않는다.
남루한 '기원소' 앞에 모이는 사람들... 실종자 수 '0' 될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