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단종' 전화기로... LG유플러스의 민망한 생색

토크백 기능없어 시각장애인에겐 무용지물... LG유플러스 "폐기해도 수익"

등록 2014.05.16 20:57수정 2014.05.16 20:57
1
원고료로 응원
 지난달 17일 LG유플러스는 장애인의 날(4월20일)을 맞아 '070플레이어' 1000대를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를 통해 장애가정에 기부한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17일 LG유플러스는 장애인의 날(4월20일)을 맞아 '070플레이어' 1000대를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를 통해 장애가정에 기부한다고 발표했다.LG유플러스

장애인의 날(4월 20일)을 앞둔 지난달 17일, LG유플러스는 시각장애인을 위해 스마트 인터넷 전화기인 '070 플레이어' 1000대(3억 1천만 원 상당)를 시각장애인에게 보급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매스컴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LG유플러스가 보급하는 "070플레이어는 스마트 인터넷 전화기로, Mnet을 통한 음악 듣기, TV 다시보기, 구글 플레이스토어·안드로이드 애플리케이션 사용 등 다양한 콘텐츠 이용이 가능하다"고 했다.

특히 LG유플러스는 지난해 LG유플러스 임직원 목소리 기부 프로그램인 'U+Vonation'으로 제작된 시집·소설·검정고시 준비용 논술도서 등 20여 권의 오디오북을 기본으로 내장해 평소 독서가 어려운 시각장애인을 배려했다고 했다. 

LG유플러스 CSR팀 고연순 팀장은 "이번 기부를 통해 고가의 스마트 기기 이용이 부담되는 시각장애 가정에 070플레이어가 전달돼 생활 정보 검색, 오디오북 등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편의 향상에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시각장애인 쓰라던 전화기, 알고보니 토크백 기능 없어

이 보도가 나간 후 시각장애인들은 보급 사업에 많은 기대를 걸었다. LG유플러스는 해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공동으로 시각장애인용 핸드폰을 보급해 왔다. 때문에 이번 스마트 인터넷 전화기의 보급에도 많은 기대를 한 것이 사실이었다. 서울 동작구에 사는 J씨(시각장애 1급)도 그런 사람 중에 한 사람이었다.

J씨는 이 보도가 나간 후 시각장애인연합회가 운영하는 시각장애인들의 인터넷 커뮤니티인 넓은 마을(web.kbu.or.kr)을 하루에도 몇 번씩 드나들었다. 행여나 보급에 관한  공지사항을 놓칠세라 걱정이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보급하는 070플레이어가 정작 자신 같은 시각장애인에게는 쓸데없는 기기라는 것을 알고서는 희망을 접었다.


"시각장애인들은 음성으로 내용을 알려주는 기능이 필요하거든요. 스마트폰의 경우 아이폰은 '보이스오버'라는 기능이 있고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인 갤럭시 같은 기기에도 '토크백' 같은 음성 출력 기능이 있어 시각장애인들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LG가 보급한다는 070플레이어라는 기기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서도 아주 구식이라서 시각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없다고 들었습니다."

취재 결과 이번에 LG유플러스가 보급하는 070플레이어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구 버전(2.3)인 '진저브레드'를 탑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버전에서는 구글에서 시각장애인을 위해 제공하는 음성출력기능인 토크백 기능을 구현할 수 없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서 버전 4.0인 '아이스크림 샌드위치(Ice Cream Sandwich, ICS)'에서 처음 토크백 기능을 구현했다. 시각장애인이 큰 불편 없이 사용하기 위해서는 최신버전인 V4.2.2인 '젤리 빈(Jelly Bean)' 이상이 되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의 웹접근성평가센터의 한 관계자는 "구글의 안드로이드에서 최초로 토크백 기능을 탑재한 ics 버전에서도 시각장애인이 혼자서 사용하는 것은 매우 힘들다. 더욱이 이전 버전인 진저브레드의 운영체제를 탑재한 기기라면 시각장애인이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시각장애인이 사용할 수 없는 것만이 아니다. 이번에 LG유플러스가 보급하는 기종은 1년 전에 단종됐다. LG유플러스의 공식사이트에서는 070플레이어가 2013년 5월부로 판매가 중지됐음을 알리고 있다. 이미 사용가치가 없는 기기를 시각장애인에게 떠넘기며 생색만 내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는 대목이다. 

LG유플러스 "폐기해도 수익 발생... 떠넘기기 아니다"

이에 대해 LG유플러스의 사회공헌 담당자는 "해당 기기가 1년 전 판매 중지된 기기는 맞다"면서도 폐기할 기기를 시각장애인에게 떠넘기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해당 기기를 베트남 등 해외로 수출할 수도 있고 폐기를 해도 수익이 발생하는 기기"라는 것이다.

혹시 폐기 처분해야 할 기기를 가지고 시각장애인을 상대로 하여 인터넷 전화 가입고객만 유치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하여는 "이번 070플레이어가 시각장애인이 사용하기 어려운 상태이므로 시각장애인 본인뿐이 아니고 가족이 함께 사용하도록 보급하는 것이며, LG의 인터넷전화 개통과 상관없이 보급한다"고 부인했다.

시각장애인 J씨는 "시각장애인들이 정말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 사회가 잘 모르는 것 같아요. 그냥 몇십만 원짜리 던져주면 그저 감사하다고 생각하나 봐요. LG유플러스가 진정 사회공헌 사업의 일환으로 시각장애인에게 스마트한 통신서비스를 제공하려 한다면 폐기 처분할 기기를 가지고 생색낼 것이 아니고 LG가 만드는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전화기 등을 실질적으로 시각장애인이 사용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LGU플러스 #인터넷전화 #070 #시각장애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기자는 1급 시각장애인으로 이 땅에서 소외된 삶을 살아가는 장애인의 삶과 그 삶에 맞서 분투하는 장애인, 그리고 장애인을 둘러싼 환경을 기사화하고 싶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2. 2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3. 3 49명의 남성에게 아내 성폭행 사주한 남편 49명의 남성에게 아내 성폭행 사주한 남편
  4. 4 일본군이 경복궁 뒤뜰에 버린 명량대첩비가 있는 곳 일본군이 경복궁 뒤뜰에 버린 명량대첩비가 있는 곳
  5. 5 '나체 시위' 여성들, '똥물' 부은 남자들 '나체 시위' 여성들, '똥물' 부은 남자들
연도별 콘텐츠 보기